이런 정치, 이런 국회에 무엇을 기대하랴
이런 정치, 이런 국회에 무엇을 기대하랴
  • 류동길
  • 승인 2015.06.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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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지난 5월 29일 새벽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동안 공무원연금법은 아무 관련도 없는 국민연금법과 세월호법 등과 연계시키는 곡절을 겪었다. 그런 결과 개혁이란 말을 붙이기도 어려운 법이 됐다. 그래서 국민은 허탈하다.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경제만 잘 되면 모든 문제가 잘 풀리고 정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먹고 살만하니까 곳곳에서 갈등이 분출되고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경제에 발목을 걸고 있다. 오죽하면 한국은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했을까. 지금 정치는 4류보다 못한 게 아닐까.

  청년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가 급한데 여야는 '공무원연금 싸움' 하느라 서비스·의료·관광 등 일자리 66만개를 만드는 경제활성화법 통과는 외면했다. 그런가 하면 문제의 국회법 개정안은 통과시켰다. 도대체 국회가 무얼 하겠다는 건가. 경제활성화법이 통과된다 해도 경제 살리기는 쉬운 일 아닌데 그런 노력조차 포기했다. 기가 찰 일이다. 일에는 때가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버스 지난 뒤 손들기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말은 “경제가 문제야, 바보야."가 아니라 ”정치가 문제야, 바보야“다. 정치가 할 일은 국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며 국민이 안전하게 먹고살 수 있게 바탕을 까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가 과연 그런가. 기념식과 추도식이 갈등의 현장이 되고 있고 세월호 참사도 사고에 대한 성찰은 뒷전이고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무슨 사건과 사고가 터지면 바로 정치문제화 된다.

  정치가 싸움판이 되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안 해도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내년 총선에서 사람을 잘 뽑자고? 언제는 그런 소리 안 했나? 국민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손봐야한다. 우선 다수결 원칙을 부정하는 국회선진화법부터 없앨 일이다. 소수가 다수의 발목을 잡는 소위 ‘알박기 법’이 있는 한 국회 과반의석은 별 의미가 없다. 현 국회에서 바로잡기 어렵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어라. 대화와 타협이 잘 안 될 때 다수결원칙에 따르는 게 민주주의다. 소수당이 옳은 주장을 하고도 표결에서 진다면 그건 지면서 이기는 게임이다. 누가 옳은지는 다음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다수당인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주도해 만들었다. ‘몸싸움하는 ’동물국회‘를 막겠다고 했지만 국회는 ‘식물국회’가 돼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뒤늦게 이 법의 위헌성을 가려달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놓았다. 하지만 그 원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상임위원장도 다수당이 모두 맡는 게 책임정치에 걸맞다. 어느 당의 유·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다. 다수당이 모든 정책에 결과적 책임을 지는 게 옳다. 언제까지 여당만 하고 또 야당만 할 건가.

  국가의 명운은 정치적 판단과 선택에 달려 있다. 경제와 안보, 사회 안정, 국가장기 전략을 세우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정치는 끝없는 선거운동이다. 선거만 치르면 잘 산다는 보장이 없다. 다음선거를 걱정하지 않는 정치인이 어디 있을까만 다음 세대도 생각해야한다. 독일 슈뢰더 전 총리는 총리시절 노동시장과 연금개혁을 추진하다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그 결과 독일 경제는 살아났다. 경제를 살리는 결정을 하고 정권을 잃었다.

  개혁을 내세운 공무원 연금법안이 개혁 흉내만 내고 말았다. 앞으로 공공·금융·교육·노사문제 등 개혁이 이런 후진적이고 무능하고 퇴영적인 정치판에서 가능하겠는가. 개혁에는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정권을 내놓을 각오하고 개혁하라. 그리고 국민의 응답을 기다려라.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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