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책의 정치간섭 중단해야
메르스 대책의 정치간섭 중단해야
  • 장태평
  • 승인 2015.06.24 17:0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태평칼럼>우리나라는 5월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환자 첫 확진판정이 있은 이후 확진환자 170여 명, 사망 27명이 발생하였다. 메르스 전염이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행사나 집회가 취소되고, 휴업에 들어가는 학교가 늘면서 우리 사회는 공포감마저 형성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렵던 국내경기도 빨간 불이 켜졌다. 위기상황이다.

  
그래서 정치권의 행보도 바빠졌다. 그러나 정치권이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될 일에 간섭하는 모습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첫 번째 모습. 국회는 6월8일 메르스 사태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를 위해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는 사태의 조기 종결 및 감염병 관리 방안 마련 등을 위한 구조개선 활동을 벌이기로 하였다. 이들은 6월15일 평택시청을 방문해서 회의를 하고 평택시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그런데 국회에는 보건복지위원회가 있다. 엄한 시어머니가 하나 더 생긴 꼴이다. 한시가 급한 장관과 부처의 관리들을 본회의, 상임위, 특위에서 부르면 방역대책은 언제 할까? 회의와 현지방문을 준비하고 응대하느라 책임자들은 또 정신이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모습. 청와대는 6월10일 메르스 사태를 조기 종식시키고 국민의 안전을 챙기기 위해 6월 14일~18일로 예정된 대통령의 미국 순방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여론의 압력과 정치권의 분위기를 감안하여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3~4개월 준비했던 양국의 실무적 접촉은 허사가 되었고, 양국 간에 논의해야 할 급한 일들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북한의 핵문제를 비롯한 군사적 도발 대응, 한일관계 및 한중관계 등에서의 한미협조 문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THAAD) 한국배치 문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에서의 한국의 역할 등 두 정상이 터놓고 논의해야 할 의제들이 많았다. 모두 미국보다는 우리에게 더 급하고 절실한 과제들이다.

  
세 번째 모습. 언론들은 앞 다퉈 대통령이 현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도를 보면, 정치권의 지적이라면서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대통령의 국정스타일에 문제가 있다고 부추기고 있다. 주요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직접 나서 현장을 방문하거나 회의를 주재하고 심지어 언론 브리핑까지 나서는 상황과 너무 대비된다는 것이다. 여당 대표가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식당을 찾아 지역주민들을 안심시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고도 했다. 그래서인가 대통령이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병원을 방문했다. 이러한 일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관련자들이 동원되고 바빴을 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네 번째 모습. 6월13일 WHO 합동조사단이 메르스 관련 조사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에 어느 국회의원이 찾아왔다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회견이 끝난 후  ‘솔직히 실망스럽다. 조사를 많이 했을 텐데 정부에서 충분히 조치를 잘 했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은 잘 했고, 어떤 부분은 미흡했다는 객관적 설명이 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의사출신이라는 전문가적 견해는 찾아보기 힘들고, 정부를 탓하고 싶은 정치적 입장만 강조하는 발언이다. 무언가 간섭하고 싶고, 잘못을 찾고 싶은 정치권의 분위기를 보여준 사례이다.

  
우리 정치권과는 다르게 WHO의 입장은 냉철하고 합리적이다. ‘지금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변이종은 아니며, 한국의 특수한 환경적 영향이 있다고 확정하기 어렵다. 아직 지역사회 전파의 증거는 없지만 추가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관리가 필요하다. 메르스의 빠른 확산은 초기에 한국 의료진이 첫 환자의 감염을 판단하지 못했고, 메르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 그리고 붐비는 응급실, 다인병실, 의료쇼핑, 문병관행 등 감염예방이 최적화되지 못한 병원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각급 학교의 휴교와 여행 및 무역에 대한 제한은 필요하지 않으며, 입국시 별도 심사도 불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방역대책은 정치논리로 풀 수 없는 분야이다. 방역은 전쟁과 같으며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책임자들의 일사불란한 대처가 절대 필요하다. 정치인들이 나서서 간섭하는 것 보다는 전문가들에게 전권을 주어 대처하도록 맡겨 두고, 사후에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여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삼권분립에 입각한 국회의 본분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