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여름철 정장(正裝)
한국형 여름철 정장(正裝)
  • 김강정
  • 승인 2015.07.08 11:0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강정칼럼> 지구온난화로 세계가 급격한 기후변화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름이 길어졌다. 봄인가 하면 어느새 여름이다. 심지어는 5월에 한여름 더위와 싸우기도 한다. 연일 무덥고 짜증스럽다. 메르스 사태로 시달린 탓인지 더욱 힘들다.

  요즘처럼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넥타이까지 맨 정장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이 있다. 보는 사람도 숨이 막힐 지경인데 당사자들이 겪는 고통은 얼마나 크겠는가. 특히 습도가 높은 장마철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회의 등 공식행사가 아니더라도 결혼식과 상가(喪家) 등을 찾을 때 옷차림 때문에 한두 번 고심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밖에도 체면문화 때문에 더위를 무릅쓰고 굳이 정장을 차려 입고 모임에 참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정장(正裝 formal dress)의 사전적 의미는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규제된 정식복장 또는 그렇게 복장을 갖추는 것”이다. 정장은 시대가 바뀌면서 나라와 민족의 문화와 관습, 또는 필요에 맞게 변해왔다. 지금은 특별한 행사에서나 입는 연미복이 유럽에서는 19세기까지 일반 시민들의 정장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금과 같은 서양식 정장이 정착된 것은 겨우 광복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사무직원 옷차림은 정장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국내 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다. 여름이면 임직원들에게 반소매 셔츠 착용까지 권장하는 기업들도 있다. 일부 기업들은 휴일근무자들에게 반바지도 허용한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에너지절약과 업무능률향상을 위해 여름철 공무원 복장간소화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고작 넥타이만 매지 않았을뿐 칙칙한 색깔의 옷차림은 그대로다. 한결같이 무겁고 우중충하다. 정장 차림에서 넥타이만 빠진 모습은 보기에도 오히려 어색하다. 에너지절약과 근무능률 향상에 과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학자들의 예측대로라면 지구온난화현상은 더 심해질 것 같다. 기후변화와 시대흐름에 맞게 우리도 아예 여름철 정장 개념을 확 바꾸는 발상의 대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에너지절약 이전에 일상생활 속에서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국민의 편익과 비용절감을 위해 더욱 그렇다. 어떤 옷차림도 모양과 실용성이 조화를 이루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면 정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한국형 여름철 정장’ 도입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정부가 그 필요성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멋있는 디자인과 색상, 실용성 등을 고루 갖춰 국민적 호응을 얻으면 된다. 예를 들어 남자의 여름철 정장 윗옷은 아래 부분을 겉으로 내놓는 셔츠 자켓(shirt jacket) 디자인으로 하되, 긴소매와 반소매 셔츠를 모두 채택하면 좋겠다. 여기에 지갑과 휴대전화, 안경, 필기구 등을 따로따로 넣을 수 있는 주머니들을 갖추면 더욱 편리할 것이다. 주머니는 휴대품 특성에 맞게 윗옷 옆구리와 겨드랑이 쪽에 별도 주머니를 만들거나, 바지 앞주머니 위쪽에 따로 배치하면 모양도 괜찮고 분실과 도난염려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바지는 굳이 새로운 기준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새로 채택된 여름철 정장을 국무회의나 국제회의 등 공식행사에 고위 공직자들이 입고 등장하면 빠르게 확산, 정착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한국형 여름철 정장이 공식적으로 도입되더라도 현재의 정장을 병행함으로써 상황에 맞게 국민이 선택하도록 하면 좋겠다. 개량한복이 왜 아직까지도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는지, 반대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나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어떤 방법으로 전통 의상과 서양식 정장을 적절하게 혼용하고 있는지 등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여름철 정장 도입은 빠를수록 좋다. 이런 것도 국민생활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민생정치이자 생활행정일 것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강정 ( kkc7007@daum.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학교법인 운산학원 이사
    (전) 경원대(현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전) iMBC사장, 목포MBC사장
    (전) MBC보도국장, 논설주간, 경영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