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쿠데타'를 진압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하지만 후계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 관측이 나온다. 후계 구도가 형제간 지분 정리를 통해 이뤄진 상태가 아닌 탓이다.
한·일 롯데그룹의 진짜 주인을 가리기 위해서는 도쿄 신주쿠에 있는 작은 포장재 회사인 광윤사의 지분 구조를 봐야 한다. 광윤사는 전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를 갖고 있다.
비상장사인 광윤사의 지분 구조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 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다가 두 아들에게 똑같이 나눠줬다는 얘기가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신동빈 회장이 형을 제치고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에게 광윤사의 지분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후계 구도를 정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신격호 회장이 장남의 편을 든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런 추측이 근거를 잃게 됐다.
결국 신격호 회장이 보유 중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과 광윤사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두 형제가 두 회사에서 아버지의 지분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에 따라 후계 구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형제들이 이미 수면 아래에서 광윤사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차명으로 광윤사 주식을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광윤사를 누가 지배하느냐가 후계 싸움의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차남 신동빈 회장이 한국 쪽을,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쪽을 맡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다가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12월 신동주 전 부회장을 일본 롯데 경영에서 밀어내고, 최근에는 신동빈 회장에게 일본 롯데까지 경영을 맡겼다. 이로써 단일 승계 구도가 가시화됐다.
이번 일은 이런 구도를 흔든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93살로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후계 구도에 다시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형제는 현재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룹 대표회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동생 신동빈 회장이 13.46%,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13.45%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의 경우 동생이 5.34%, 형이 3.92%를 보유 중이고, 롯데칠성은 동생이 5.71%, 형이 2.83%를 갖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약간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별다른 의미가 없는 차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는 두 형제 모두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지분율 19%)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우 형제가 각각 2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공개 법인이 아니어서 지분 구조가 공개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