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20년'- 광복 70년
'광복 20년'- 광복 70년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8.0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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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역사드라마 ‘광복 70년’ 새롭게 시작해야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우리 집 서가에는 조선총독부(유주현 저)와 광복 20년(이영신 저) 한질 씩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누가 어디서 구해다 놨는 지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역사를 좋아하는 아버지께서 사오셨겠라고 막연히 생각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이 책들을 읽어내려갔다. 광복 20년을 먼저 읽었던 것 같다. 당시 신생 라디오 방송 TBC(전북지방에선 서해방송을 통해서 전파를 탔다)에서 광복 20년의 생생한 역사를 다뤘기에 나같은 학생들도 해방 후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정치사. 특히 당시는 해방 후 2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광복 20년은 대단한 베스트셀러였다. 방송을 통해서도 해방 후 20년 역사가 매우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일제강점기를 겪은 아버지, 삼촌 세대에게는 그 격동의 세월이 눈물 없이는 생각하기 힘든 매우 아픈 기억이었을 것이다. 또 등장인물과 전개과정으로 놓고 본다면 이만큼 훌륭한 드라마 소재가 없었을 것이다. 1945년 해방 직후에는 좌우익 혼란기를 거쳐서 6.25 사변이 일어났다. 이어 4.19, 5.16이라는 역사적인 사건들이 몰려있던 1960년대 초반까지의 정치사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TBC, 1960~70년대 ‘광복 20년’ 정치 드라마 선풍

 
1967년 라디오 방송 TBC에선 그 생생한 역사를 드라마로 다뤘다. 바로 ‘광복 20년’이란 이름의 정치 드라마(극본 이영신)였다. 해방 때부터 5.16이 일어나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던 때까지의 정치가 마치 주마등처럼 생생히 재현됐다. 김구, 이승만, 여운형, 박정희를 포함한 수많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격동의 정치사에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이면사까지 낱낱이 재현됐다. 청취자들의 관심이 하늘을 찔렀다. 당시만 해도 TV방송이 별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가정주부와 동네부인네들로부터 고맙다는 전화가 방송사에 빗발쳤다. 방송이 나가고서부터 남편들이 일찌감치 집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매일 밤 10시 10분이면 방송되던 ‘광복 20년’을 듣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광복 20년’은 새로웠다. 처음 듣는 정치드라마라는 장르도 그렇고,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광복 20년’엔 열여덟 살부터 나이를 속이고 진보당원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했던 이영신 선생의 개인적 경험에,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일일이 취재를 하고 인터뷰를 해서 담아냈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라디오청취자들이 열광할 만 했다.
 
작가 이영신 선생에게는 방송이 나가는 동안 회유도, 협박도 고소도 참 숱하게 들어왔다고 한다. 그렇게 협박하거나 전화해서 항의하는 사람들에게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했다. 법정에서 증거를 가지고 만나자는 것이다. 이영신 선생에게는 구석구석 뒤져서 찾아낸 자료들과 하다 못해 제 3자의 입으로라도 확인한 증언 테이프가 있었다. 소송은 모두 무혐의로 끝났다. 하지만 선생은 367회를 끝으로 ‘광복 20년’을 접었다. 사장의 간섭에 뜻을 굽힐 수는 없고, 못하겠다며 나와버린 것이다. 이 무렵 작가는 김교식 선생으로 바뀌어 ‘광복 20년’은 롱런했다.
 

여야 정치권,  8.15 앞두고 광복 70주년 되새기는 각종 행사

 
여야 정치권이 8.15를 앞두고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취지에서 각종 행사를 잇따라 연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소속 의원 20여명은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러시아 동부 일대를 방문, '역사 탐방'을 한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이 총괄간사를 맡고 있는 이 모임의 소속 회원들은 2박3일간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를 방문해 '헤이그 특사'였던 이상설 열사 유허비(遺墟碑) 등 항일유적지 탐방을 할 계획이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블라디보스토크의 현지 교민들과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김을동 최고위원은 오는 12일부터 4박5일간 독립 선열들의 발자취를 따라 여순감옥, 중국 해림시 조선족실험소학교, 항일무장투쟁 역사관 등을 둘러보는 '항일 역사탐방'에 나선다. 이재오 신상진 강석훈 김정록 박윤옥 양창영 최봉홍 의원 등 의원 10여명이 참석한다. 하태경 의원은 오는 10∼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중교류문화원과 함께 '안중근 의사 사진전'을 개최한다. 전시회에서는 특히 세계 최초로 중국전통 전지공예 방식을 통해 실물로 재현한 안중근 의사의 옥중 붓글씨 28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광복절에 맞춰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이번주 독립운동 유적지 중 한 곳을 방문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아울러 당 대표실에는 '광복 70년, 이제는 통일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어둘 계획이라고 한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10일부터 15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임상미술치료 작품전 '역사가 된 그림' 전시회를 연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작품은 물론, 이들에 대한 치료과정을 담은 사진 기록물 들이 전시된다. 김민기 의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협력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듣고 대응책을 논의한다.
 

요즘 학생들, 과거처럼 광복 70년 역사에 매달리지 않아

 
노무현재단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 대전 종전 70주년과 동아시아의 미래'라는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개최한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이날부터 14일까지 이어지는 광복 70주년 기념 '8·15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여한다. 여야 의원단 10여명, 시민 40여명은 자전거로 500여km를 달리며 윤봉길 의사 유적지, 부천 안중근 공원, 김포 독립운동기념관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여기저기서 광복 70년을 되새기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것이다.
 
50년 전 작가 이영신 선생은 ‘광복 20년’을 6권짜리 책으로 출판했다. 또 다른 ‘광복 20년’이 나오면서 책도 표절시비가 붙었다. 책은 12만질이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지만 그 와중에 원고료는 제대로 받지 못했다. 가끔 서점에 가보지만 50년 전 광복 20년 한 질에 열광했던 것 만큼 요즘 학생들이 광복 70년 역사에 매달리는 것 같지는 않다. 역사는 현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거울이고 교훈이다. ‘인생 70 고래희(古來稀)’라는 말이 있다. 70은 인생살이는 물론 국가경영에도 중요한 숫자다.
 
우리는 며칠 후 대망의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필자와 같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광복 20년을 읽고 감동을 받던 세대도 벌써 노,장년층이 됐다. 광복 20년으로부터 무려 50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버린 것이다. 흥미를 유발하는 말초적인 트렌디 드라마만 각광받는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역사드라마 ‘광복 70년’을 우리가 새롭게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임원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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