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의 교훈
'잃어버린 20년'의 교훈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8.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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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는 길' 가지 말고 '바통' 준비해야

 
‘잃어버린 20년‘은 주로 일본에서 거품경제 붕괴 후 1991년 3월 이후 약 20년 이상 경제가 침체한 기간을 말한다. 1990년부터 경기가 후퇴하기 시작하면서 버블경제(버블경기)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소비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고, 이른바 디플레이션 시대가 됐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의 경제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를 계기로 세계 금융위기로 발전하고 세계가 동시불황에 빠졌다. 이처럼 버블붕괴 이후 경기침체를 탈피하지 못했다. 이 때 잃어버린 10년과 2000년대 이후의 경제를 합쳐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른다. 최근 일본 경제는 금융완화와 재정확대, 성장전략이라는 3개의 화살로 무장한 아베노믹스를 통해 '잃어버린 20년'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한국경제는 급속한 고령화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 모든 지표 20년 시차 두고 일본 쫓아가"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고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려면 임금에 근로자의 생산성이 반영되도록 하고, 정규직 과보호 축소를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KDI 주최 ‘우리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것인가?’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최근 한국경제 인구구조 관련 모든 지표는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거의 그대로 쫓아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은 20년 전 일본과 유사한 3만 달러 내외까지 증가했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성장률은 급속히 하락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통계를 보면 대영제국으로 군림하던 영국을 미국이 추월해서 세계 1위의 경제대국에 오른 때가 1872년이라고 한다. 140여년 전이다. 면적과 인구(약 3억 1880여만명)가 세계 3위이며 1인당 GDP가 5만 2000달러를 넘는 미국은 지난해 총 GDP가 16조 7242억 달러로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4위의 면적과 1위의 인구(약 13억 5500여만명),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이미 일본을 제친 중국의 기세는 무섭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순위는 변화를 거듭해 왔다. 2001년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중국-이탈리아-캐나다-멕시코-스페인이던 것이 최근엔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브라질-영국-러시아-이탈리아-인도로 바뀌었다. 영토가 넓은 신흥국들이 치고 올라온 게 눈에 띈다. 이는 물가수준을 감안하지 않는 명목 GDP이며 물가를 감안한 실질 GDP로 따지면 크게 달라진다.
 

한국의 명목 GDP 순위 2008년 15위까지 떨어졌다가 '제자리 걸음'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곧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미국이 영국에서 넘겨받은 자리를 142년 만에 중국에 넘겨주는 셈이다. 물가를 고려하지 않아도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시점은 2020년 전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 2030년이 되면 중국의 GDP가 미국의 두 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03년 세계 1위였던 한국의 명목 GDP 순위는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8년 15위까지 떨어졌다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러시아, 멕시코, 인도, 호주 등이 우리를 딛고 올라섰다. 그렇다면 땅이 좁고 인구가 정체 상태에 접어든 우리가 기댈 곳은 과연 어디일까.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해 취임 일성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만큼 길 없는 길을 가야 한다”고 했고, 전임 기재부 장관들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한 선배 부총리는 “네비게이션 없이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구하는데 필요하다면 “길 없는 길”이라도 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던 최 부총리는 과감한 확대재정정책이라는 우리가 이미 익숙한 진로를 가고 있다. 과연 한국 경제를 구하기 위해 ‘길이 없는 길’을 가야 하는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의 경험과 독일 경제의 ‘부활 10년’은 한국 경제가 상기해야 할 좋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일본은 정치의 난맥으로 정부 정책의 민간경제에 대한 리더십과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확대재정금융정책으로 국력을 낭비했다. 또 구조개혁을 외면함으로써 총요소생산성이 저하되는 문제를 안게 됐다. 반면 독일은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세계 경제위기의 와중에서도 독일 경제의 기초체력과 대외 경쟁력을 과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경제적 교훈이다. 다시 말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일본이 어떻게 20년이란 기간을 '상실의 시대'로 살았는 지를 충실히 사례연구(case study)를 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가 그 20년의 초입에 빠져 일본의 그림자로 살아가고 있는 탓이다.
 

최 부총리 ‘지도에 없는 길’..일본이 한번 간 길 그대로 가는 것 아닌지 우려

 
이미 저성장, 저물가 기조에 빠진 우리나라에서 최근 나타나는 경제지표는 상당히 암울하다. 수치가 아니라 경향과 추세가 일본 경제를 꼭 빼닮아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침체 원인을 대체로 정부정책의 실패, 엔화가치의 지속적인 상승, 공급기반 약화, 내수침체와 수출의존적인 성장구조, 재정적자 심화와 산업구조조정 지원, 경제개혁 실패 등이라고 경제연구기관들이 분석한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일본이 한번 간 길을 그대로 가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견해가 많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최 부총리는 올 연말 쯤 기재부장관 직을 벗고 정치로 돌아갈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내년 총선에 출마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 부총리는 지금 지도에 없는 길은 굳이 가려고 하지 말고, 조용히 지나 온 길을 정리하며 후임자에게 줄 바통을 준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임원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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