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화 '베테랑' 여파..SK-한화-두산 등 재벌가 "긴장"
[특집] 영화 '베테랑' 여파..SK-한화-두산 등 재벌가 "긴장"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5.09.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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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와 그를 추적하는 경찰 이야기..관객들에게 묘한 쾌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의 흥행 돌풍으로 재벌가 자녀들의 이른바 ‘갑질’이 다시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영화 ‘베테랑’은 재벌의 갑질을 응징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안하무인 재벌 3세와 그를 추적하는 경찰 광역수사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파렴치한 재벌이 베테랑 형사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쾌감과 함께 묘한 카타르시스를 던져준다. 영화의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 실제 사건도 화제다. 물론 현실의 결말은 다르다. 

영화의 주요 맥락을 이어가기 위한 계기가 되는 화물운송트럭 기사의 죽음을 불러온 장면은 최철원 전 대표의 '맷값폭행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물론 실제 사건과는 다르지만 '사람을 때리고 돈을 줬다'는 점은 똑같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태원 회장 사촌동생 최철원 대표 “맷값 이천만원 줬잖아“

이 가운데 영화와 가장 닮은 사건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 최철원 전 M&M 대표의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 최 전 부사장은 지난 2010년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화물연대 소속 운전기사 유모(당시 52세)씨를 사무실로 불렀다.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유 씨는 탱크로리 매각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서울 용산의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몸수색까지 받고 사무실에 들어간 유 씨를 기다린 건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타난 최 전 대표와 임원들이었다. 회사 임원들은 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고 최 전 대표는 다짜고짜 발로 유 씨의 가슴을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유 씨는 “‘지금부터 한 대에 100만원씩’이라고 하면서 야구 방망이로 힘차게 내리쳤다”고 회상했다. 유 씨의 애원에도 구타는 계속됐다. 폭행 장면을 지켜보던 회사 간부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영화 속 ‘뽕쟁이’ 재벌 3세 조태오가 하청업체 일을 하는 화물차 운전사를 불러 사무실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유 씨는 야구 방망이로 13대를 맞은 후 최 전 사장은 두루마리 휴지를 입에 물리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구타했다고 전했다. 최 전 사장은 매 맞은 값으로 1천만 원짜리 수표 2장을 건네고 그를 돌려보냈다.

최 전 사장은 직원들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최 전 사장에게 골프채가 부러질 정도로 맞은 임직원도 있었다고 밝혔다. 사무실에 사냥개를 끌고와 여직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역시 ‘베테랑’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 전 사장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 사건의 법원 판결은 1심에서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으로 감형됐다.

‘잊을만 하면 터진다’는 재벌의 갑질 사건. 새로운 ‘현실판 조태오’는 더 없는 것일까.

피죤 창업자 이윤재 회장 '조폭 동원, 벽돌 폭행'

4년 전에는 한 재벌 회장이 조폭을 고용해 청부 폭행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역시 영화에서 벌어질 법한 섬뜩한 일이지만 현실이다. 지난 2011년 섬유유연제로 유명한 ‘피죤’의 창업자인 이윤재 회장은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을 청부 폭행한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오너일가의 비리에 의혹을 품은 전문경영인을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폭행한 것이다.

이 회장은 끝까지 부인했지만 운전기사의 자백으로 진상이 드러났다. 이 회장은 재판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선처를 호소하며 딸 이주연 부회장에게 회사를 맡기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2주도 안돼 이사로 복귀해 논란을 빚었다.

청부폭행 뿐 아니라 ‘직원들 앞에서 슬리퍼로 간부의 뺨을 때렸다’,‘ 한 팀장을 흉기로 찔렀다’,‘ 이 회장에게 폭행당한 후 나간 직원의 입막음을 위해 억대의 돈을 건넸다’등의 제보도 관계자들을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이후에도 그의 비리·구설은 되풀이됐고 피죤은 부도덕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다.

이처럼 삐뚤어진 특권의식이 빚어낸 재벌들의 폭행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동생 신준호 전 롯데햄 부회장의 장남인 고 신동학 씨의 이른바 ‘벽돌 폭행’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20년 전의 일이지만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아직도 영화나 드라마 등의 소재로 쓰인다.이 사건은 당시 그랜저에 타고 있던 유학생 5명이 프라이드에 타고 있던 2명을 벽돌과 화분 등으로 집단 폭행 했던 일이다. 프라이드 차량이 자신의 뉴그랜저 차량의 앞을 가로막는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다.

폭행에 가담한 5명 가운데 당시 26살이었던 고 신동학 씨는 폭행 당시 벽돌로 상대편을 내리친 뒤 영국으로 도주하기 위해 공항을 빠져나가다 경찰에 붙잡혔다. 신 씨는 자신이 별로 잘못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신 씨 일행에게 폭행당한 25살 강모 씨는 뇌를 다쳐 수술을 받았고 26살 정 모 씨는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동아제약 회장 아들 강정석 사장 “노트북 컴퓨터 집어던져”

재벌가의 갑질은 매번 세상을 경악케 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대담해 졌다. 지난해 말 국민적 공분을 샀던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은 재벌에 관한 국민의 반감을 최고치로 치솟게 했다. 이처럼 황당한 갑질은 최근 알려진 동아제약 그룹 후계자의 노트북 파손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동아제약 그룹 강신호 회장의 넷째 아들이자 그룹의 후계자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강정석 사장(51)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불법 주차 사실을 알리는 경고장이 차량에 부착된 것을 보고 화풀이 차원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던져 파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은 약 5개월 만에 들통이 났다.

지난 3월 25일 강 사장은 자주 다니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병원에 주차 등록을 하지 않은 차량을 타고 갔다가 단속을 당했다. 주차 직원이 위반 경고장을 차량에 붙여 놓은 것이다. 이 사실에 항의하기 위해 주차 관리실을 찾았다.하지만 이 직원은 사무실을 비운 상태였고 격노한 강 사장은 책상에 놓인 직원의 노트북을 바닥에 던져 부수고 나왔다. 해당 직원이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번 이슈는 최근 영화 ‘베테랑’의 흥행 돌풍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부각된다. 강 사장은 ‘베테랑의 안하무인 재벌 3세 캐릭터, 조태오가 생각 난다’라는 말을 들은 가장 최근의 재벌이 됐다. 얼마 전까지 네이버 검색창에 ‘동아제약’을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동아제약 베테랑’, ‘동아제약 회장 아들 베테랑’ 등이 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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