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권력의 남용이 걱정된다
입법 권력의 남용이 걱정된다
  • 장태평
  • 승인 2015.09.0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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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칼럼>한명숙 전 총리의 구속집행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5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사법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야당에서는 야당탄압이고 정치적 법 집행이라는 놀라운 주장을 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대표적인 정치인들이 그러한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공연히 해도 되는 우리 현실이다. 정치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화되어 만용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는 과거 민주화과정에서 국회를 중심으로 해서 정치권의 힘이 점점 강력해졌다. 그 결과 지금은 3권 분립의 헌법정신이 다소 흐트러질 정도가 되었다. 그런 모습을 몇 가지만 들어 보자. 우선, 국회는 행정집행 기능까지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 입법권을 통하여 대통령령이나 부령에 해당하는 사항까지도 보고를 하거나 사전 동의를 받으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번 국회법 개정안에 정부의 시행령을 수정하도록 국회가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파동으로 파급되었다. 요즈음에는 사건사고가 나면 의례히 처리 중에 있는 사항도 의원들이 현장에 직접 나가 조사를 하고 콩 나라 팥 나라 간섭을 한다. 그러는 가운데 사고수습이나 행정처리를 지나치게 관여한다.

  
다음으로 더 심한 것은 민간분야에 대해서도 지나친 간섭을 당연시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하여 국정감사에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혼내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어찌 이것이 국회가 할 일인가? 국회는 이런 문제를 법제도를 통하여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면 된다. 부른다 하더라도 학자들과 전문가 등을 정중히 초청하여 합리적으로 분석평가하고 현실에 맞게 시스템을 잘 만들어 주면 된다. 어찌 민간 기업이 마음에 안 든다 하여 혼내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가? 지금 그만큼 국회의 권력이 강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반증이다. 그래서인가 얼마 전 두 국회의원들은 어느 회사에 자녀들을 특별 청탁하여 취업하도록 하였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법부에 대한 간섭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이번 한명숙 전 총리의 사건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형사사건임에도 5년이나 끌었고, 고등법원에서 징역형의 유죄판결이 내려졌음에도 구속되지 않았다. 선진국 같으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을 상황인데도 당대표도 하고, 오히려 방탄역할을 의도하며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였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났음에도 바로 구속되지 않고, 마치 본인의 허락을 받는 듯 한 절차가 이루어져 일반 국민들은 허탈감마저 느꼈다. 그동안 정부는 시시때때로 비리정치인들까지도 특별사면을 해서 정치활동을 재개하게 해 주었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도 특별대접을 받는다. 이 결과 의원들은 법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심지어 권력을 남용하는 의원들까지 생겼다. 즉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되었다. 지금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정치인들이 한 둘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법원에 따르면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재판 중인 현역의원은 8명이나 된다. 그들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으며 공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중에는 심지어 특정사항을 입법해 달라는 청탁 혐의로 재판 중인 의원들도 있다.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복이라는 생각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별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택시기사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폭행하여 재판 중인 의원도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국민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고, 국회의원과 보좌관 수의 증원이나 보수와 수당의 인상을 거리낌 없이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의식의 연장이 아닐까.

  
우리 헌법은 3권 분립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유는 입법, 행정, 사법이 적절하게 역할 분담을 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자는 것이다. 행정 권력이 강해서 독재가 되었듯이 입법 권력도 강해지면 독재가 될 수 있다. 입법 권력이 제 역할과 원칙을 지키도록 적절한 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남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지금 지나치게 비대해진 국회권력이 원칙을 잃고 남용된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없다. 간디가 설파했듯이 ‘원칙 없는 정치’는 맨 첫 번째 사회악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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