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중봉북(通中封北)카드의 허실
통중봉북(通中封北)카드의 허실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9.1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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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기대감은 안돼..동북아서 주체적인 외교 활동 벌여야

 
"통미봉남(通美封南)은 지나간 과거사다. 나는 오히려 통중봉북(通中封北)이 맞다고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4월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회담장에서 열린 통일정책 최고위과정 특별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과거에 북한이 벼랑끝 전술 등을 통해 미국과 협상하면서 남한을 소외시키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현재는 공고한 한미 동맹 속에서 더는 이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며 "협상을 하든 뭘 하든 그것은 한미 간 합작이다. 미국도 이렇게 얘기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중국은 남과 통하고 북을 봉쇄하는 게 아니냐"고 상황을 진단했다.
 
당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실패이후 남북 간에 '준(準) 전시상태'에 버금가는 긴장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자신감은 국민들 입장에서 외견상 고무적일 수 있었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중국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한중 관계를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 입장에서 더 바랄 나위가 없는 까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평가받아야 할 외교법'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중국의 70주년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중국의 전승절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패망한 일제가 연합군에 항복문서를 전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중국은 당당히 연합군의 일원으로서 승전국이 됐다. 따라서 일제와의 전쟁 승리를 전승절이란 이름으로 기념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높이 평가 할 수 있는 외교법이라고 생각한다. 동북아에서 각축하는 미국 일본 중국 사이에서 실리 외교, 균형 외교, 전략적 외교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김훈 작가가 몇 해 전 남한산성이라는 소설을 펴냈다. 60만 부 이상이 판매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소설은 병자호란의 전 국면을 다루지 않았고 남한산성 안에서 벌어진 40여 일 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임금이 그쪽으로 피난을 가니까 사대부들이 다 따라 들어왔다. 그 고립무원의 성곽 안에서 인간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떤 미래를 설정할 수가 있었나, 그런 일들을 써놓은 것이다. 임진왜란 때는 명나라 군대가 와서 도움을 주었다. 명나라에 대한 사대, 그것이 우리나라에 정통적인 삶의 태도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명의 보호 속에 있는 한 조선의 안보는 별 문제가 없겠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것이 광해군 때 와서는 대륙에서 청의 세력이 커지기 시작하니까 광해군은 양쪽에서, 말하자면 요새 말로 양다리를 걸치면서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위기를 넘겨왔다. 이 와중에 대륙에서 청의 세력이 점점 커지니까 조선의 명에 대한 사대외교는 새로운 시련에 부딪친다. 그것이 결국 병자호란 같은 참극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버지 선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임진.정유년 2차례의 왜란 당시 피난 중인 선조를 대신해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분조(分朝)를 통해 나라 곳곳을 살피며 왕을 대신해 정사를 살폈던 인물이다.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서 '중립 외교'라는 실질적 전략 채택

 
이 속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정권의 무능이 어떻게 백성들의 고통으로 이어지는가를 누구보다 정확히 뼈저리게 경험했다.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 외교'라는 실질적인 전략을 실행한다.후금과의 전쟁을 위해 명은 조선에게 파병을 요청한다. 성리학적 명분론에 휩싸인 정치권(서인 세력)은 광해군에게 파병 할 것을 주장한다. 이 속에서 광해군은 새로운 강자 후금과 적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하다고 판단, 강홍립으로 하여금 출병하게 한 후 정세를 보아 투항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후금의 미움을 사지 않고 전쟁 이후 피폐해진 내정에 집중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광해군은 서인 세력의 비판을 받게 되고, 서인을 중심으로 한 인조반정에 의해 왕위를 빼앗기게 된다. 인조와 서인 세력은 다시금 강력한 친명배금 정책을 실시한다. 이는 1627년, 왜란 종전 30년도 채 되지 않아 새로운 전쟁 정묘호란의 원인이 된다.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광해군의 중립 외교는 쇠락하는 명과 떠오르는 후금 사이에서 중심을 잡은 주체적인 외교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모습은 동북아의 혼란기 속에서 조선을 지킨 뛰어난 외교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현대사는 분단된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이 세력 다툼을 하는 모양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며 미국 중심의 세계 정세를 재편하고자 하는 떠오르는 신흥 세력 중국과 이를 지키려는 미국 속에서 우리 외교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는 통일 후에도 한국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방어벽이다.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국가로서 외교적 선택을 잘못해 국토를 유린당한 병자호란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과 통하려면 美中 사이서 전략적 균형..남북 대결구도 해소해야

 
남북 간 대치와 대북제재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는 커녕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시켜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북한의 추가 미사일발사나 핵실험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과 통하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전략적 균형을 취해야 하고, 남북 대결구도를 해소해야 한다. 외교에 절대적 우방은 없는 법이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모두 언제든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를 버릴 수 있는 나라들이다. 
 
문제는 북한의 '통미봉남'도 어렵지만 한국의 '통중봉북' 또한 말대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이 북한 미사일 개발에 관련 장비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군사동맹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칭다오 남쪽 서해 해상에서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통중봉북'이론은 최근 중국의 대북정책에서 미묘한 입장변화가 감지되는 데 따른 우리 정부의 기대감에 근거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 속에서 동북아 정세를 꿰뚫어보고 주체적인 외교 활동을 벌여나가는 것이다. 과거 '친명배금(親明排金)'이라는 우둔했던 모습이 아닌 적절한 중립 외교를 통해 우리나라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 정부는 북한을 움직여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 쪽으로 스스로 변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 과정에서 '통중봉북'카드를 잘못 쓰면 안된다. 오히려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잘못하면 대북정책 부재에 대한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고서는 중국과 통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정부당국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임원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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