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속 '베테랑'과 재벌 '갑질'
개콘 속 '베테랑'과 재벌 '갑질'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5.09.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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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에 대한 ‘을’들의 목소리 높아질 때

 

영화나 드라마 속의 재벌 악역은 계속해서 진화해 왔다.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등의 설명에서도 보이듯 요즘의 재벌 악역 캐릭터들은 점점 더 절대악의 화신처럼 그려지는 추세다.

20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베테랑'이 첫 선을 보였다. '베테랑'은 김형사(김회경 분)가 범죄를 저지른 임사장(임종혁 분)을 잡는 모습을 개그로 다뤘다.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와 형사의 대결을 기본 스토리로 소리에 따라 상황이 변화는 개그 코너다. 이날 김회경은 임종혁을 잡기 위해 나섰다.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채 신경전을 벌였다. 서로를 위협하던 중 이들의 상황을 설정해 준 음향에 따라 행동이 달라졌다.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는 철없는 어린애 수준으로 비춰질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역대급 악역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악마처럼 과장된 캐릭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악당일 지도 모른다. 그가 저지르는 모든 악행에서는 지독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신문 사회면이나 방송 뉴스,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익히 봐왔던 재벌들의 악행과 ‘갑질’을 그대로 닮은 탓이다.김회경은 임종혁을 붙잡으려 했다. 경찰차까지 등장하며 보험을 단단히 들었다는 김회경은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자 당황해 했다.
 
이어 임종혁은 총을 꺼내 들어 김회경을 위협했다.임종혁은 살기 위해 김회경이 시키는 대로 그의 다리 사이를 지나가려 했다. 셋을 세기 전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김회경이 "둘"을 말하자 총 쏘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김회경은 '왜?'라는 표정을 지으며 쓰러졌다. 임종혁은 김회경을 처리했다는 기쁨에 들떴지만 이내 자신을 향했던 총이 또 발사되는 소리에 당황하며 쓰러졌다. 영화 '베테랑'을 패러디 한 '베테랑'이 소리에 따라 상황이 바뀌는 이색 개그인 셈이다.
 
요컨대 ‘베테랑’은 한국 재벌들의 갑질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창업자에서부터 3~4세대로까지 이어져오는 동안 사회의 특수한 로열 패밀리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과거보다 더 강해진 특권 의식을 바탕으로 갑의 횡포를 일삼고 있다. 지난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 그리고 최근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강정석 사장이 주차 위반 경고장을 부착한 관리 요원의 노트북을 던져버린 사건까지, 영화 밖 재벌들의 갑질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베테랑’의 흥행 대박에는 그 재벌 갑질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답답한 현실을 속 시원히 응징하는 영웅 서사의 힘도 컸다. 조태오가 막 나갈수록 정의로운 서도철(황정민) 형사와 미스 봉(장윤주), 그리고 그 동료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커진다. 그들의 영웅적 활약이 마냥 판타지 만은 아니다. 재벌들의 갑질 논란이 잦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그것을 고발하고 알리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을’들의 목소리도 높아질 때가 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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