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텔사업자 '억울'한 사연..금감원은 '민원 떠넘기기' 급급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은 민원을 받으면 신속히 처리하기는 커녕 여기저기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원'인가.
12일 금융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캐피탈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한 중소기업인이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서 보유건물이 경매로 넘어가자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연을 금감원에 진정한 사건을 놓고 금감원이 진정서를 받은 후 1주일 사이에 담당자를 무려 세번이나 바꾸면서 ‘핑퐁’식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의 노른자위 땅 강남구 논현동에 18층 호텔을 소유했던 정모씨(63)는 H캐피탈에서 대출받은 300억원에 대한 이자를 제 때 내지못해 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다. 경매대금은 280억원. 현재 부동산시세 600억원의 반값도 안되는 가격이다.
이 과정에서 H캐피탈은 뒤로 빠지고, 명동AMC란 '들러리 회사'가 나타나 경매대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H그룹이 이면보증을 해줬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메리츠증권이 참여해 지급보증을 하는 과정에서 불법, 탈법적인 방법이 동원됐다는 내용을 호텔 전 소유주인 정씨가 금감원에 진성서를 낸 것이다.
지난 9월 중순 진정서를 접수한 금감원은 몇 일 후 ‘K모 수석조사역 에게 민원처리를 맡겼다’ 라는 문자 메시지를 정모씨에게 보냈다. 일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던 정씨에게 사흘 뒤 ‘담당자가 바뀌었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금융민원실 중소서민금융팀 S씨로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흘 뒤, 민원접수 확인후 정확히 1주일 후에 또 다시 담당자가 바뀌었다. ‘귀하의 민원과 관련하여 사실관계 확인으로 회신이 지연되고 있으며, 조속히 확인후 처리하도록 하겠다’ 라는 내용을 첨부해 또 다시 담당자가 여신전문 검사실 J 선임검사역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억울하게 호텔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던 정모씨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민원접수 후 불과 1주일 새 담당자가 전혀 다른 부서 사람으로 3번씩 바뀌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친절하게 담당자가 2~3일 단위로 바뀌었다는 내용은 신속하게 안내하던 금감원은 그 이후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안내하지도 않았다. 또 담당자와 통화도 불가능했고 진정서와 관련된 회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개혁을 외칠 정도로 금융부분에 대한 수술이 시급한 실정인데, 우리나라 금융업 감독을 맡은 금감원의 일 처리가 이런 상황이니 금융개혁이 제대로 되겠느냐” 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는 또 “힘없고 배경없는 중소기업이 낸 민원을 이런 식으로 이리 저리 핑퐁식으로 내돌린다면 우리 같은 약자들은 어디다 하소연하느냐” 면서 “금감원은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조직이냐” 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국정감사 등 현안이 많아 담당자를 부득히 바꿀 수밖에 없었고 정씨의 민원은 약 1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감원이 금융기관을 검사해 공시하는데 약 11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 소속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금융감독원이 각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행한 종합검사 72건(최종 공시되지않은 건은 제외) 의 평균 처리기간은 334일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실제로 민원을 검사하는 기간은 28.5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검사 후 제재심의·공시 등 과정에서 대부분 약 300일이 소요됐다. 강 의원은 “이처럼 검사 처리가 지체되는 것은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금융당국이 시의적절하게 대처하는데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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