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은행 퇴근시간 논란...“오후 4시에 문 닫는 은행 어디 있나?”
때아닌 은행 퇴근시간 논란...“오후 4시에 문 닫는 은행 어디 있나?”
  • 김보름 기자
  • 승인 2015.10.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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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가 '금융 개혁' 강조...은행선 "오후 4시 문닫는다고 퇴근하는 건 아닌데.." 의견차이

 

요즘 은행 문 닫는 시간이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금융 개혁을 강조하며 던진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페루에서 열린 IMF와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 중이던 최 부총리는 11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입사하고서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또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한 축인 노조의 힘이 너무 강하다”면서 금융개혁 부진의 책임을 노조에 돌렸다.
 
최 부총리의 발언에 은행원들이 뿔이 났다. 한 시중은행 과장은 12일 “영업일선을 다니는 심사역들은 하루 종일 밖에서 고객 만나느라 바쁘다”면서 “지점에 들어와서는 결과물을 다 정리해서 심사 승인을 올려야 하는데 4시 퇴근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은행 직원은 “숫자를 맞추고 매일 마감해야 하는 업무다 보니 4시 이후 정리만 해도 1∼2시간은 금방 지나간다”며 “지점 별로는 영업계획 진행 상황도 봐야 하고 별도 스터디를 꾸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의 팀장도 “은행에 고객 접점 업무만 있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기업대출을 할 때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일과 시간이 끝난 후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고 체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국내 은행들은 2009년 4월부터 오후 4시에 문을 닫았다. 원래 금융 노조는 4시 반이던 영업 종료 시간을 3시 반으로 앞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은행 측의 반대에 부딪히자, 문 여는 시간과 문 닫는 시간을 30분씩 앞당겨서, 이때부터 은행들은 9시 영업 시작 오후 4시 마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4시에 문 닫는 은행은 정말 없을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일본은 우리보다 빠른 오후 3시에 문을 닫고, 유럽 국가들도 대부분 4시에서 5시 사이에 영업을 마감한다. 하지만 미국이나 독일 등은 고객 편의에 맞춰 탄력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전 9시에서 5시까지 영업하는데, 뉴욕 같은 중심지에서는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지점도 있다. 독일은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요일을 정해놨다.
 
우리나라도 요즘 120여 곳의 점포가 탄력적으로 시범운영되고 있다. 공장이나 직장 밀집지역에는 정오에 문을 열어서 저녁 7시까지 영업하는 애프터 점포도 생겼다. 대형마트에 입점해서 주말에도 운영하는 점포도 있다. 은행원들은 은행의 진짜 일과는 영업점 문을 닫고부터 시작된다고 성토한다. 입출금 숫자 등을 맞추고 나면 저녁 7~8시는 되야 퇴근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나 유럽의 점포들보다 업무처리가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최 부총리의 발언이 정부가 은행권의 경직된 임금체계를 비판해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업무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최 부총리가 은행원 업무시간까지 비판한 건 정치적 발언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우리 은행들이 좀 더 편리하게 신축적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고객들도 많다. 갑자기 불거진 은행 마감 시간 논란, 의견 차이가 팽팽한 만큼 쉽게 결론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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