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시켰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대표로 선임되며 롯데그룹 경영권을 재장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롯데그룹 측은 이미 신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이사직 해임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을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이날 소집했다. 광윤사 주주총회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일본 도쿄도에 있는 광윤사 담당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열렸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한국 법인 SDJ코퍼레이션은 이번 주총에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과 해임안 의결 후 신 전 부회장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2건을 상정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이번 주총을 소집했다고 밝혔다.
광윤사는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이 50%에 달하는 데다 신 총괄회장도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만큼 이날 주총에서 해임안 통과가 유력했었다. 광윤사 지분은 신 전 부회장이 50%를, 신 회장이 38.8%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중 10%는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가지고 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그룹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1%와 한국 롯데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호텔 지분 5.5%를 보유 중이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0.8%, 롯데재단이 0.4%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주총에서는 신 회장 해임으로 인한 신임 이사로 이소베 테츠씨를 선임했다. 이소베 테츠씨는 신 총괄회장의 비서로 20년 이상 신 총괄회장을 보필한 인물이다.아울러 광윤사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소유한 광윤사 주식 가운데 1주를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 전 부회장을 광윤사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이로써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신 총괄회장은 ‘0.8%-1주’를 보유하게 됐다. SDJ코퍼레이션은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는 상징적인 절차라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되도 한·일 롯데그룹은 경영권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신 회장이 장악한 롯데홀딩스 우호지분이 신 전 부회장보다 많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종업원지주회 지분을 포함해 롯데홀딩스 주식의 과반이 이미 신동빈 회장에 대한 우호 지분이기 때문에 광윤사의 주총이나 이사회 결과가 경영권 분쟁의 큰 흐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이미 지난 8월 17일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의 안건을 통과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는 확실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라며 “신 회장에게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적극 알리면 종업원지주회와 관계사 주주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