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펀드는 '고민 펀드'(?)...'관제 모금'에 익숙한 재계, 정부 눈치도 살펴야
희망펀드는 '고민 펀드'(?)...'관제 모금'에 익숙한 재계, 정부 눈치도 살펴야
  • 이보라 기자
  • 승인 2015.10.2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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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지난 22일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명의로 청년희망펀드에 200억원을 기부했다. 이와 별도로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사장단과 임원들도 50억원을 모아 기부에 동참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임원진도 돈을 내놓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 만든 '청년희망펀드'에 2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재벌그룹으로선 두 번 째다. LG와 SK 등 다른 재벌총수와 임원들도 기부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재벌 총수 일가와 경영진들이청년 실업 해소에 적은 힘이나마 보태려는 취지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기부 소식은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청년희망펀드 출범 당시부터 우려됐던 부작용이 현실화 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다. 정부는 자발성과 투명성이 청년희망펀드의 핵심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KEB하나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에서 실적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기업 돈은 받지 않겠다’던 정부의 공언은 이제 말 그대로 ‘빈말’이 돼버렸다. 정부는 삼성의 250억원 기부가 ‘개인’ 명의의 기부라 주장하고 싶겠으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삼성을 신호탄으로 4대 그룹 등 주요 대기업에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마치 재걔의 사전 각본에 따른 듯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준조세’ 납부라 여기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추진하는 '청년희망펀드' 조성에 법인(기업) 명의의 기부금은 받지 않는다.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하는데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이 앞장선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취지를 살려 개인 명의의 기부금만으로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 주도의 펀드 모금이 과거의 ‘관제 모금’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의 고민은 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청년희망펀드에 어떤 형태로 얼마나 기부를 해야 할 지 가이드라인을 잡지 못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경영악화로 기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재벌오너나 경영진이 기부할 때 기업의 규모 등을 감안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서로 눈치를 보아 왔다. 그래서 삼성에서 먼저 나서길 기대했고 그렇게 됐다. 이래저래 '청년희망펀드'는 '재계의 고민펀드'가 됐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재계 주변에선 오래전부터 '희망펀드' 기부는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 다만 시기와 금액 등을 놓고 저울질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임원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청년일자리를 위해 돈을 내놓은 마당에 대기업들이 그냥 지나치기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부터 '관제 모금'에 익숙해있다. 그래서 이래저래 정부 눈치를 살펴야 하는 고민에 빠져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공개적으로 희망펀드 모집을 주도하고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기업들 입장에서 그냥 넘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희망펀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참여가 당초 예상보다 낮다고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펀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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