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12.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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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매각-통신회사들의 매스컴 진출

 
필자는 현역 기자시절인 지난 1990년대 초 홍콩 중문대학에서 1년 동안 해외연수를 한 적이 있다. 홍콩은 후텁지근한 날씨에 기후가 나쁘고 생활환경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당시는 중국에 반환(1997년)전이라서 홍콩을 영국이 통치하고 있을 때였다. 연수생활 때였지만 기자생활 10년을 조금 넘은 때여서 집필욕구가 강하던 때였다. 또 일종의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던 때였다. 당시 한국신문들이 며칠 씩 늦게 배달되긴 했지만 뉴스가치가 있는 읽을거리가 부족했다.

이 때 필자의 눈에 띈 신문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였다. 지난 1903년 창간한 SCMP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자신문이다. 홍콩과 중국에 관한 보도를 내부자의 관점에서 해외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중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해 왔다. 중국 내부에서는 친(親)서방 성향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웬만큼 영어를 하면 읽기도 쉽고 균형잡힌 비판성향이 필자의 구미에 딱 맞는 그런 좋은 신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알리바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인수로 "언론자유 위축" 우려 

 
중국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이 최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를 인수한다고 밝히자 세계 각국에서 여러가지 반향이 일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중국 정부를 비판할 중국 언론이 사라진 셈”이라며 중국 내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이밖에도 중국 정부에 비판적이던 SCMP의 논조가 흔들릴 것이란 서방 언론의 우려가 이어졌다.
 
이 같은 우려는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친정부 성향 때문이다. 마 회장의 성향상 논조 변화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알리바바는 SCMP를 판촉 활동에 활용한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 SCMP의 논조변화로 비판여론이 거세질 경우 기업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알리바바는 SCMP 인수를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을 활용한 뉴미디어 콘텐츠 사업 확대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사업확장과 별개로 홍콩 언론이 더 이상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친서방 매체에 가까운 SCMP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해 왔지만, SCMP의 소유권이 알리바바 그룹으로 넘어가면 이전의 논조를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홍콩에서 발생한 우산혁명 당시 중국 정부는 1년간 SCMP의 포털 사이트를 차단하기도 했다. 홍콩 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알리바바의 SCMP 인수는 홍콩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윈의 SCMP 인수,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워싱턴포스트 인수와 대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SCMP를 전격 인수하면서 두 IT 재벌의 닮은 꼴 미디어 인수가 화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지난 2013년 8월 워싱턴포스트를 깜짝 인수한 지 2년 여 만이다. 게다가 베조스와 마윈이 언론사를 손에 넣기 위해 지불한 금액도 비슷한 수준이다. SCMP 인수 가격은 20억6천만 홍콩 달러. 미화로 환산할 경우 26억6천만 달러다.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 인수를 위해 지불한 금액보다 불과 1천600만 달러 많은 수준이다.
 
SCMP가 워싱턴포스트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린 건 다소 의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알리바바는 이번에 SCMP 뿐 아니라 다른 자산들도 손에 넣었다. 엘르, 하퍼스 바자 같은 잡지 뿐 아니라 마케팅 및 광고 사업까지 인수했다. 반면 베조스는 2년 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때 신문 사업 부문만 매입했다. TV 뉴스나 교육사업인 카플란은 인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신문사업만 비교할 경우엔 워싱턴포스트가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팔린 셈이다.
 
하지만 두 행보에서 차이점도 엿보인다. 워싱턴포스트 신문 사업 부문만 인수한 베조스의 관심은 콘텐츠였다. 반면 마윈이 SCMP를 인수한 데는 다른 동기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 바로 정치적인 동기다. 실제로 SCMP는 최근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역 갑부나 정관계 및 금융권 실력자들이 꼭 읽어야 하는 신문 중 하나로 꼽혔다.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와 알리바바 등 IT기업들, 컨텐츠사업 진출

 
현재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한 축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와 알리바바 등 빅데이터 기반 IT기업들이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콘텐츠사업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오늘날 미디어판을 주도하는 것은 데이터기업이라는 걸 증명한다. 미디어가 기술을 선도하지 못하면서 기술업체에 추월당해 결합되고 있는 것이다.앞으로 데이터기업이 콘텐츠 제작자와 유통업자, E-커머스 등 모든 서비스를 통합하려는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거대자본의 언론사 인수에 대한 우려다. 부정적 기사를 쓰지 않는 것 만으로도 기업에는 이익이 된다. 세계적으로 종이신문이 무너지며 유력기업에 먹히는 추세다. 언론사 운영상 이른바 ‘경영자 관점’이 득세할 수도 있다. 뉴스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루퍼트 머독과 베를루니코스의 언론독재와 같은 부정적 사례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중국정부에 비판적 보도를 해왔던 SCMP의 경우 알라바바 인수 이후 비판보도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 지 앞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한국의 경우 시장을 주도할 만큼 성장한 데이터 중심 기업이 현재까지는 없는 상황이다. 알리바바와 아마존처럼 한국에서 기술기반 데이터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기까지는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현상은 최근 유료방송 춘추전국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개별SO, IPTV 3사, 위성방송사업자 등 다양한 유료방송 사업자가 경쟁하던 시장이 SK텔레콤과 KT IPTV 양강 구도로 바뀌었다. SKT가 케이블TV업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CJ헬로비전 인수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KT 통신회사들, IPTV 등에 업고 새 미디어 강자로 부상  

 
IPTV는 유료방송 시장에 뛰어든 이후 꾸준히 가입자와 매출을 늘려왔다. 지난 해 IPTV사업 매출은 1조498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3% 증가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SO) 매출은 2조3462억원으로 1.4% 감소했다. IPTV 가입자도 빠른 속도로 케이블TV 가입자를 따라잡았다. IPTV가 케이블TV 가입자를 빠르게 뺏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주문형 비디오(VoD) 등 양방향, 초고화질(UHD)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 영향이다.
 
케이블TV는 IPTV에 비해 새로운 서비스 투자가 부족했다. 과거 독점적 지위 만을 생각하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았다. 이 틈을 파고들어 이제 SK텔레콤과 KT같은 통신회사들이 새로운 미디어의 강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업체의 신문사 인수도 문제지만 한국에선 이젠 통신회사들의 미디어장악이 매스컴사를 새로 쓰게 하고 있다. 이들 비언론산업의 미디어시장 진입을 놓고 정부와 언론계는 어떻게 고민하고 연구하는지 궁금하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언론인/자유기고가(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임원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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