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逆說)
국제적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逆說)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6.02.1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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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부작용..한은도 새로운 '고민거리'

 

'마이너스 금리'란 실질적으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예금이나 채권을 갖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금리의 혜택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저축성 예금의 경우 은행에 돈을 넣어두더라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나타난다. 저금리로 인해 돈을 찾을 때 쯤에는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지는 탓이다. 2000년대 이후 저금리시대로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2~3%대의 금리를 받게 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4% 이상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진다면 실제적으로는 -1% 이상의 마이너스 금리가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세계경제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 달 29일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 가운데 일부에 대해 -0.1%의 금리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뒤 '역풍(逆風)'이 불면서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0.35%에서 -0.50%로 내리며 논란은 증폭됐다.일본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이너스 금리를 '극약처방'으로 도입했다. 애초 의도했던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는 커녕 은행 수익을 악화시키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공표한 직후만 해도 의도했던 정책효과가 실현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엔화 가치와 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금융시장의 불안지수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그 파장이 유럽과 미국, 아시아쪽으로 이어졌다. 마이너스 금리 반대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되레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중은행의 주요한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이 줄어들면서 수익이 악화되고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돼 위험을 키운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닥치거나 하면 금리 인하 카드를 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든다.  경기악화 우려를 부추기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때아닌 주름살을 지우고 있는 탓이다. 특히 지난달 말 발표 당시부터 시장의 불안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일본은행(BOJ)의 기습적인 금리 인하가 주가 폭락과 엔화 가치 폭등이라는 역효과를 낳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에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다는 평가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다만 부작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금리는 글로벌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 스웨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0%로 0.15%포인트 더 낮췄으며 BOJ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당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 투자자들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또 당국에 남아 있는 경기부양책이 거의 없다는 불안감도 시장 참가자들에게 안겨준다.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에 맡겨진 은행들 돈에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거꾸로 수수료(보관료)를 물리는 것이다. 은행이 민간에 돈을 풀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현재 전세계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곳은 유로존과 일본,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 5개 경제권으로 이들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당분간 마이너스 금리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의 경우에는 채권을 표면이자 없이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에 발행하는 것을 '마이너스 금리'라 한다. 이는 만기에 받을 돈보다 더 돈을 주고라도 채권을 사는 것으로, 경제위기 때 미국이나 독일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릴 경우 발생한다. 투자자는 채권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유통시장에서 웃돈을 받고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금을 안전자산에 맡기는 것이다. 
 
오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현재로서는 한은이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석달 전 마이너스가 아닌 0% 기준금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으로서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국제적인 새 흐름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국내경기가 긴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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