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외환은행 직원들의 '분노'
옛 외환은행 직원들의 '분노'
  • 강현정 기자
  • 승인 2016.03.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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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銀'의 신입 직원 차별 ‘배치’논란..이래도 되나?

 
‘조한제상서’-. 조흥·한일·제일·상업·서울이라는 과거 5대 시중은행의 줄임말이다. 이 가운데 지금 간판이 그대로 남은 은행은 없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은행원은 추풍낙엽이었다. 제일은행 직원이 가운데 남긴 ‘눈물의 비디오’를 보면 그만큼 은행원들의 애처로운 실상이 보인다.

예전엔 은행장 취임은 경제부 기자가 쓰고, 퇴임은 사회부 기자가 구속 기사로 쓴다고 할 정도란 말이 돌았다. 그러니 은행권이 얼마나 흉흉한 분위기였을까. 또 외부로부터 낙하산이 뜨면 그 밑에 줄을 서거나 알아서 기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조흥ㆍ한일ㆍ제일ㆍ상업ㆍ서울은행은 간판을 내리고 지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대한민국 은행의 간판이 된 것일까. 왜 이른바 '조한제상서'로 불리던 선발  5개 시중은행은 역사 속에 이름을 묻고 후발인  2개 은행이 지금 새 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일까.
 
서울에서 을지로 3가를 지나 하나은행 본점이 있는 을지로 1가 쪽으로 걷다보면 을지로 2가 쯤에서 왼편에 한 대형 은행을 만나게 된다. 바로 옛 외환은행 본점이다. 지금은 ‘KEB외환은행’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사들여 한 간판으로 통합한 것이다. KEB(Korea Exchange Bank)는 외환은행의 영문이름이다. 그 뒤에 하나은행이름을 붙여서 지금은 하나의 합병은행이 됐다. 외환은행은 한 때 '맨 파워'를 자랑하는 은행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외환은행이라는 고유한 이름은 간 데 없고, ‘KEB하나은행’이라는 어정쩡한 형태로 남아 있다.
 
KEB하나은행이 올해 첫 통합 신입공채 310여명을 모두 옛 하나은행 지점에만 배치해 직원들의 요즘 원성을 사고 있다.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옛 외환은행 측에서는 명백한 차별대우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한 첫 공채에는 총 450명이 합격하고, 신입행원 연수를 마친 인원은 310여명이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일선 지점에 배치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310명이라는 인원 가운데 옛 외환은행 지점에 배치된 신입행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 해 통합 이후 총 924명의 특별퇴직을 단행해 두 은행 모두 인력 충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유독 하나은행에만 직원을 배치한 것이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실적악화로 인해 신입채용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 인력충원이 더욱 필요한 시점에서 하나은행에만 인력을 배치한 것은 드러내놓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문제는 이 뿐 만이 아니다.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인력배치 외에도 직원들에 대한 복지가 불공평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매년 여름 전후로 400~500명의 직원에게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해 이를 생략한 것. 또 매년 20여명을 선발해 약 3개월간 제공하는 금융연수원 교육도 지난 해엔 없었다. 이런 차별대우에 외환은행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환은행 출신들은 힘이 없어서 ‘점령군’에게 인수합병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측 관계자는 “해외여행의 경우 이미 없어진지 오래된 복지혜택이다. 모두 통합됐기 때문에 차별대우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입행원 배치에 대해서도 “오는 6월 전산통합을 앞두고 신입행원의 재교육 시간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현재 두 은행은 전산 통합이 되지 않아 은행간 교차 영업을 할 수 없는데, 오는 6월 현충일을 전후해 전산 통합을 하게 된다. 효율적인 판단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옛 외환은행 앞 보도에서 건너편 하나은행 본점을 바라보면 '조직문화'와 '주인의식'이 생각난다. 을지로 2가에 있는 외환은행을 을지로 1가에 있는 하나은행이 인수한 '힘'은 과연 무엇일까. KB국민은행도 지난 2001년 주택은행을 합병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 이전에도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이, 또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하는 등 은행권에 인수합병의 역사는 길다. 힘이 있으면 맘대로 '힘자랑'을 해도 되고, 힘이 없는 쪽에서는 그대로 '죽어지내도' 되는 것일까. 신입 직원 ‘차별배치’ 논란에 휨싸인 옛 외환은행 직원들은 지금 어떤 상념에 빠져있을까 긍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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