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국민들이 '개,돼지'인가?"
"총선 앞둔 국민들이 '개,돼지'인가?"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6.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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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향한 '그들만의 리그'..국민 안중 없고 정책개발 뒷전

 
대기업 총수와 유력 대권주자, 유력언론사 논설주간, 검사, 그리고 조폭 간의 유착 관계를 다루고 있는 ‘내부자들’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초반 부에 조국일보 논설주간인 이강희(백윤식 분)가 대기업 총수인 오 회장에게 말한 대사 몇 마디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사실 ‘내부자들’에서 이강희는 부도덕한 언론인이다.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처럼 그는 한마디로 ‘구악(舊惡)’이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만큼 돈줄인 재벌총수를 등에 업고, 글을 써서 총수와 자신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을 만들어 간다. 그가 바로 여당 국회의원인 장필우(이경영 분)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더러운 일은 깡패인 안상구(이병헌 분)가 도맡아서 처리했다. 하지만 상구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손목이 잘린 채 개처럼 버려지게 되고, 2년 뒤 복수를 위해 이강희를 찾아가게 됐던 것이다.

올해 20대 국회 '최악의 공천'.. 질서와 룰 찾아볼 수 없고 '엉망진창'

그래서 ‘내부자들’은 흥행 뒤에 숨어서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마구 비웃고 있는 지도 모른다. 원래 예술이란 게 그럴 것이다. 허구와 과장으로 진실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권력과 폭력을 동전의 앞뒷면 같은 거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들은 이른바 '한 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역사가 증명하듯 권력이 폭력이 되기도 하고, 폭력이 권력이 되기도 한다.    

필자는 지난 11대 국회 시절인 1984년부터 일간지 정치부기자를 했다. 이로부터 30여년 동안 우리나라 정치판을 지켜봤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은 원래 시끄럽다. 공천확정과 탈락. 이 과정에서 낙천자는 어김없이 울분을 접고 무소속 출마를 하거나 깽판을 친다. 그것도 아니면 조용히 정치를 접어야 한다. 이에 따른 계파정치와 줄세우기, 그리고 배신과 음모, 공갈과 회유 등 각종 잡음은 '공천 드라마'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선거 때마다 공천과 낙천에 이르는 정치과정은 여느 드마라보다 재미있는 정치드라마다.
 
그러나 올해처럼 최악의 공천을 본 적이 없다. 여야 공히 20대 총선 공천과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엉망진창이다. 여야 어느 한 쪽을 잘했다고 할 수도, 탓할 수도 없다. 공통적으로 질서와 룰은 찾아볼 수 없다. 최소한의 정치도의도 없고, 국민들의 화만 돋우고 있다, 계파 나눠먹기, 패거리 정치만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까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나서서 공천 진흙탕 싸움에서 이전투구를 벌이고 말았다.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들었으나 20대 국회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국민들이 벌써부터 손사래를 치며 혹평과 탄식을 자아낸다.
 

이렇게 국민 무시하고 유권자 우습게 알 수 없어..3당 모두 마찬가지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진정으로 자신의 상전으로 알고 대접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 정말로 해도 너무한다. ‘내부자’에서 논설주간 이강희가 대기업 총수인 오 회장에게 말한 "국민들은 개,돼지"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말일까. 그래서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까.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국민들을 무시하고 유권자들을 우습게 알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새 국회가 들어서면 정치인들은 늘상 그래왔듯이 새 정치를 약속하며 원(院)구성을 하고 여야 간에 권력을 나눌 것이다. 어깨에 걸었던 플래카드를 벗어던지고 행벙부 장,차관을 불러다 호통을 치고,  또 회기가 끝나면 슬그머니 호화 해외출장을 나서서 골프를 치고 즐기다가 귀빈실을 통해 으스대며 국내에 들어올 것이다.
 
이번 공천과정의 추태는 새누리당도 그렇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당이 모두 마찬가지다. 앞에서는 공천개혁을 들고 나왔지만 모두들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네끼리 치고 받기를 거듭하다가 적당한 선에서 나눠먹기식 공천을 하고 말았다. 이제는 내분과 갈등을 미봉한 채로 공천을 끝내고 국민들 앞에 나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여야 각 당이 이처럼 공천을 누더기판로 만들어 놓고 표를 달라고 내미는 손이 미워죽겠다. 
 
공천이 끝나고 정치권의 선거 열기는 점차 가열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데다 각 정당의 후보 공천작업이 선거등록일이 닥쳐서야 마무리하면서 정치권을 향한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정치 외면 현상이 높아진 탓이다. 정작 문제는 여야가 정책개발은 뒷전인 채 정당의 이미지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고 선거 때가 돼서야 갑자기 내려와 출마하려는 ‘무늬만 지역 출신’ 후보들이 많다. 이래저래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대부분 후보자 대표 공약-정책 없어.."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까"

 
중요한 것은 후보자들이 자신의 선거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하는 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은 소홀히 한 채 금배지를 향한 자리다툼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대표 공약과 정책이고 뭐고 없이 후보자 이미지로만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지역에서는 뚜렷한 이슈가 없이 중앙당 차원의 선거가 진행되면서 선거는 이미 유권자가 빠진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20대 총선 공천에서 참신한 인물의 등용을 통한 국민적 감동을 선사해 주는 것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주권을 가진 ‘국민’은 아예 설 자리가 없다. 국민과 당의 이익보다도 계파 이익이 우선이고 자기 사람만 챙기는 '사천(私薦)'이 자행됐다. 정치보복이 거듭되고 총선 후 권력재편을 겨냥한 ‘패권 공천(覇權公薦)’이 난무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총선이 진정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인지 아니면 '그들만의 리그'인 지도 헷갈릴 정도다. 극도의 계파 갈등 속에 무원칙·무절제한 행태로 진행된 각 당의 패거리 공천에 따른 후유증이 피폐한 현실 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선거의 최종 책임자는 결국 유권자의 몫이란 사실을 국민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 진정한 국민의 대표인 선량을 가려내는 귀중한 한 표를 제대로 행사, 패거리정치나 함량 미달의 정치권을 심판해야 한다. 이제는 유권자가 나서서 정말로 본 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자답을 해봐야 한다. 내부자에서 '대통령 설계자'로 지칭되는 유력언론사 주필 이강희의 대사처럼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고 생각하는 지를 말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언론인/자유기고가(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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