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대회와 조직문화
단합대회와 조직문화
  • 강현정 기자
  • 승인 2016.03.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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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직원 산행서 사망..'강제성' 있었다면 문제

 
지난 해 연말 크리스마스 때 대보그룹은 직원 단합 및 체력강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리산 등산행사를 실시했다. 등산한 지 4시간여 만에 대보정보통신 사업부 김모 차장이 쓰러졌고, 결국 숨졌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유가족과 동료들은 무리한 산행이 사고를 불러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등산 전날 근무를 마치고 버스로 서울에서 남원으로 이동, 새벽 4시부터 산행이 이뤄졌던 만큼 과로사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단합차원의 산행이 아닌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강제 산행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더욱 거세게 불러일으켰다.
 
최근 우리은행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은행 직원이 단합대회를 마친 뒤 돌연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직원이 과도한 실적 압박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면서 ‘과로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은행 광양포스코지점은 지난 3월 1일 삼일절을 맞아 직원들끼리 단합대회라는 명분으로 전남 순천의 한 둘레길에서 트레킹을 했다. 이들은 2~3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를 함께 걸은 뒤 식사를 했다. 하지만 행사 막바지에 기념사진을 찍은 뒤 박모(32) 계장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결국 숨을 거뒀다.
 
정확한 사인은 현재 밝혀지진 않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과로로 인한 사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4년 입행한 박 씨는 1985년생으로 32살 밖에 되지 않았으며, 특별한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최근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에 사활을 걸면서 직원들에게 실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비톡 가입 시 일반인의 경우 추천 직원의 행원번호나 추천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앱에 기재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직원들의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은행에서 일하는 직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에서 위비톡 가입 실적을 매일 온라인에 고시했다. 처음에는 가까운 지인들과 고객 몇 분에게만 권유했다. 전 지점의 위비톡 가입 실적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압박을 받았다. 며칠 뒤부터 ’인당 100명씩 가입‘으로 일괄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박모 계장이 사망한 이후 프로모션은 종료됐다. 때문에 실적압박, 과로사라는 주장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과로사인지 단순사망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측은 “단합대회 과정에서 어떠한 강요도 없었고, 트레킹은 가벼운 코스였기 때문에 과로사 등의 소문은 억측이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평소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힘들어하는 내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유가족 또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근 우리은행 민영화가 재개될 조짐이 보이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 단합 차원에서 단합대회를 강요했고, 결국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단합대회는 말 그대로 조직의 단합을 위한 좋은 취지의 행사이다. 문제는 무리한 산행이나 트래킹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만일 회사 측에서 직원들에게 단합대회 참석을 무리하게 강요했다면 이는 매우 곤란하다. 단합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목숨을 잃어가면서까지 참석을 강요하는 조직문화가 남아있다면 앞으로도 또 다른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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