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성공한 대통령’을 원한다
국민은 ‘성공한 대통령’을 원한다
  • 이도선
  • 승인 2016.05.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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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칼럼>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가 몹시 곤궁하다. 여당의 총선 패배에 따른 비난의 화살이 박 대통령을 정통으로 겨냥하고 있어서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문제 삼아 ‘국회심판론’을 줄기차게 제기했지만 결과는 야당의 ‘경제심판론’이 이긴 모양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체제 출현으로 국민은 이제 ‘식물국회’가 아니라 ‘식물대통령’ ‘식물여당’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총선을 두어 달 앞두고 제1야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쪼개지고 경험칙상 꽤 위력적인 ‘야권 연대’가 끝내 불발됐을 때만 해도 새누리당의 압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국회선진화법 무력화에 필요한 180석은 물론이고 개헌선인 200석도 넘볼 만하다는 낙관론이 잇따라 대두됐으나 막상 뚜껑을 여니 원내 1당조차 빼앗긴 참패였다.

  오만의 극치를 드러낸 ‘막장 공천’이 그예 탈을 낸 것이다. 전체 지역구의 절반 가까이가 걸린 수도권이 위험하다는 경고음이 요란했건만 당권에 혈안이 된 친박(親朴)계에겐 쇠귀에 경 읽기였다. 무엇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정체성’이란 해괴한 기준을 들이대 원내대표까지 지낸 3선의 유승민 의원을 쳐낸 게 압권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공천 파동은 모르는 일”이라며 시치미 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직후 임기 5년 동안 140개 국정과제에 135조 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공약가계부’를 발표했다.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비과세 감면,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에 의한 세입 확충과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 축소와 복지 예산 누수 차단 등을 통한 세출 절감이 제시됐다. 한마디로 증세 없이 복지를 늘리겠다는 획기적 발상이다.

  그러나 금세 공약가계부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고 작년 초에는 증세 논쟁이 불붙었다. 보수층은 복지의 속도를 조절하든, 세금을 늘리든 양자택일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때마침 여당 원내대표였던 유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외치다 뒤이은 국회법 파동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게 사건의 본말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도 공약을 밀어붙인 대통령과 대다수 보수층을 대변한 원내대표 중 누가 더 정체성을 지켰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박 대통령에겐 ‘불통’이란 딱지가 따라다닌다. 취임 3년이 넘도록 기자회견이 3번이고 대국민 담화까지 쳐야 5번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각 150번)은 고사하고 이명박 대통령(20번)과 견주기도 민망하다. 역대 대통령이 종종 하던 기자실 깜짝 방문도 없다. 집권당 대표와의 회동이 연례행사라면 야당과의 교류는 얘깃거리도 못 된다. 대통령이 언론과 붙어 살다시피 하고 여야 의원들을 수시로 백악관에 초대해 국사를 논하는 미국은 그야말로 딴 세상이다. 늘 각료나 수석비서관 뒤에 숨어서 말하고 그나마 유체이탈 화법에 늑장 대응이니 불통 딱지가 붙을 만도 하다.

  지금 같은 소통의 시대에 소통할 줄 모르는 지도자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가의 실패요, 국민의 실패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의 대한민국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필리핀은 같은 독재자라도 ‘성공한 대통령’이냐 ‘실패한 대통령’이냐에 따라 국운이 극명하게 엇갈린 좋은 예다. 아무리 정적(政敵)이라도 대통령의 실패를 바라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이 실패하면 여성 대통령이나 미혼 대통령이 또 나오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문고리 권력’ 논란 당시 항간에는 대통령이 민낯으로 만나는 사람이 비서관 몇몇뿐이어서 빚어진 소동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대통령도 여성인 만큼 민낯 드러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런 걸 가릴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뜬소문이겠지만 대통령이 여성이거나 미혼인 탓으로 대면 보고가 제약되고 공식·비공식 소통창구가 막혀선 곤란하다.

  임기가 어느새 종반으로 치닫는 지금 박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불문곡직하고 불통 딱지를 떼어 내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을 3년 만에 다시 만나고 3당 대표 회동 정례화 등을 통해 협치(協治)에 나설 뜻을 시사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상황 진전이다. “임기 마치면 할 일 못해 엄청난 한으로 남을 것 같다”며 여전히 남 탓하는 여운을 남긴 대목이 마음에 걸리긴 하나 총선 이전과 이후의 행보에 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하긴 힘들 게다. 박 대통령이 부디 ‘소통’으로 중무장하고 대선 공약인 ‘대통합’을 큰 치적으로 남기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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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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