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
삼성그룹의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6.06.0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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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성물산 합병 앞두고 주가 끌어내린 정황" 판결의 안팎

[박미연 칼럼] 사실이라면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상반기 주택경기가 활황이었던 상황에서 다른 주요 건설사들은 주택 신규 공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자신들의 신규 주택 공급이나 건설 물량을 수주한 소식 등을 주주들에게 곧장 알리지 않았다. 작년 상반기 주택경기가 좋았을 때 다른 주요 건설사들이 주택 신규 공급을 크게 늘렸지만, 삼성물산은 300여 가구만을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합병이 결정된 이후 지난 7월에야 서울에 1만994가구 아파트 공급 계획을 공개했다.

 
2조원짜리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해놓고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가 합병 이후에 공개한 사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작년 초 삼성물산은 자신들이 하던 공사를 삼성엔지니어링에 넘겨 주기까지 했다. 그 결과 지난 해 5월22일 삼성물산 주가(5만5300원)는 같은 해 1월2일(6만700원)보다 8.9% 하락했다. 같은 기간 GS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가 각각 33.0%, 29.6%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성 쪽에서 제일모직 합병에 맞춰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삼성 쪽에선 부인했지만, 시장의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엘리엇 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와 소액주주의 반발 속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지난 해 7월 가까스로 통과됐다. 옛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회사 쪽의 낮은 매수가격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면서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1심에서 삼성 쪽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가 적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31일 진행된 2심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오히려 삼성이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정황과 이유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장 가격(주가)이 실제 삼성물산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삼성물산 실적 부진이 이건희 회장 등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번 판결에 대해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일단 최종심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번 고법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삼성황태자'인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의 유고 이후 2년째 그룹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권 강화의 정당성에 흠집이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미 그룹 지배권을 둘러싸고 각종 편법, 불법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1990년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인수 논란부터 2000년대 삼성에스디에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막대한 부(富)의 이전 등이다.삼성은 오너일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면 편법이나 반도덕적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판결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는다.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은 별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판결이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울고법의 결정 취지는 합병설 자체가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주식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결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삼성물산은 성신약품에 310억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의도적인 주가하락을 유도한 ‘죄’로 일종의 ‘페널티’를 내야 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삼성의 기업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건강한 기업운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가 있을 때 돈으로 때우는 편법이나 변칙적인 운영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 전 세계를 상대로 초일류기업을 표방하는 삼성의 신뢰성과 기업이미지에 금이 가서는 안된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정직성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일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그동안 수십년동안 쌓아온 삼성의 ‘공든 탑’이 일거에 허물어질 수도 있다.
 
이번 일로 삼성은 또 다시 개운치 않은 인상을 남기며 전 세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해 합병으로 삼성의 시실상 총수로 등극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승계’라는 지적이 그를 따라다닌다. 과도기에 있는 만큼 더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이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재판부의 판결내용대로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이건희 회장이나 이 부회장 등 삼성오너가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다면 삼성은 일류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라면 성적을 조작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하려는 '못된 학생'들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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