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김용환과 퇴임 '귀거래사(歸去來辭)'
홍기택-김용환과 퇴임 '귀거래사(歸去來辭)'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6.06.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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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지원' 스스로 책임지고 용퇴한다면 '신선한 충격'일 듯

 

누구나 살다보면 돌부리에 발이 차일 수도 있고, 길을 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를 액운이라고도 하고, 더러는 관운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막대한 적자로 침몰 중인 자회사를 구하기는 커녕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를 보내 부당한 성과급만 챙겼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지난 15일 나왔다. 2013년 취임한 ‘청와대 낙하산’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비상벨도 외면한 채 골든타임을 흘려보냈고, 대우조선의 ‘정피아’ ‘관피아’ 임원들은 이사회에서 거수기 노릇만 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은  4조 원 이상의 국민 혈세를 받아먹고도 난파선 신세가 돼 구조조정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 말해 지난 3년간 우리 눈 앞에서 이른바 ‘금융의 세월호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감사원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각각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경영 관리 태만으로 인사조치 하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감사결과가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인사혁신처에 전달돼 앞으로 공직자 심사에 활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맡고 있는 직에서 물러나야 할 필요가 없으며, 앞으로 민간 부문의 금융권 행보는 사실상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홍 전 회장은 2013년 초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으로 구조조정 관련 전문성이 없는데도 산은 회장으로 임명됐다. 김용환 전 행장은 대표적인 ‘관피아’로 꼽힌다. 23회 행정고시에 합격, 금융위와 금감원 등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통상적으로 업무수행 평가 결과 하자가 발견되면 옷을 벗는게 순리다. 그러나 이들을 현직에서 끌어내릴 아무런 명분이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발표결과다. 그렇다면 이들 수장들이 감사원으로부터 벌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사실상의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닌가.
 
정부는 이런 감사 자료를 넘겨받고도 홍 전 회장과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김용환 전 행장(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문책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난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우조선 부실을 파악하지 못한 두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되레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국책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총체적 부실의 난맥상이 드러났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내 탓"이 아니고 "네 탓" 뿐이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그 자체다. 홍 전 회장이나 김 전 행장에 대한 감사원의 조치의 내용은 똑같다. '성실 경영의무 위반'으로 향후 공직 진출이 막히는 게 전부다. 홍 전 회장은 이미 “대우조선 인사권이 없어 대주주 권한만으로 자회사 부실을 알 수 없었다”며 “산은 계열사에 보내는 낙하산 인사는 청와대 몫이 3분의 1, 금융 당국이 3분의 1, 산은 몫이 3분의 1”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상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홍 전 회장은 현재 국제금융기구 고위직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를 맡고 있다. 김 전 행장은 지난 해 4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책은행의 최고경영자(CEO)로서 부실기업을 제때 구조조정하지 못했던 책임자들은 별다른 책임 추궁 없이 여전히 고위직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국책은행은 물론 공공기관 CEO에 방만경영과 부실에 대한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 경제가 더 이상 멍들지 않게 된다.
 
홍 전 회장을 문책하려면 이들 정피아-관피아를 보낸 ‘실세’들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누가 그 정피아를 보내려 했는지 밝혀야 한다. 결국 낙하산인사의  진원지인 청와대와 정권실세들 만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 부패와 먹이사슬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옛 선비들은 과오가 있을 때 관직을 내던지고 물러나 홀연히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었다. 홍기택 전 회장과  김용환 전 행장이 지금이라도 스스로 책임을 지고 용퇴한다면 그것은 '신선한 충격'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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