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지양하고, '혁명적' 국책은행 쇄신안 나와야
낙하산 인사 지양하고, '혁명적' 국책은행 쇄신안 나와야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6.06.27 00:28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 제3의 이동걸·이덕훈’ 나오면 어떤 개혁안도 '백일하청' 에 불과할 뿐
최근 10년 가까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수장 자리는 대통령 인수위원회 출신이거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의 전유물이었다. 권력자의 눈에 들어야만 갈 수 있는 이른바 '청와대 낙하산'자리들이다.
 
지난 200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산은과 수은에 재임했던 8명의 은행장 중 6명이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대통령과 밀접한 인물들이었다.산업은행 은행장 가운데 강만수 전 은행장과 홍기택 전 은행장이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와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에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홍기택 전 은행장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힘찬경제추진단'의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진동수 전 은행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직후 수출입은행장으로 발탁됐다.
 
또 인수위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국책은행장 대부분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민유성 전 은행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 산업은행장을 지냈다.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였던 민 전 행장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발탁할 만큼 'MB맨'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이동걸 현 산업은행장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에 대한 금융권의 지지선언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덕훈 현 수출입은행장도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서금회)으로 금융권 내 대표적인 친박 인사이다.
 
조선ㆍ해운업종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책임론에 휩싸이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산업ㆍ수출입은행이 약속한 듯 지난 23일 나란히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전면 쇄신해 새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보면 사즉생은 커녕 어떻게든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편법’이 엿보인다. 결국 ‘맹탕 개혁안’에 불과한 셈이다. 
 
수출입은행 개혁안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알맹이도 없고, 재탕,삼탕 대책까지 모두 쓸어담았을 뿐이다. 국책은행 혁신의 핵심은 낙하산 인사 근절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과 방만경영 개혁이다. 그러나 이번 혁신안에는 이런 내용들이 모두 빠졌다. 그래서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산은과 수은 최고책임자의 자세가 다른 것은 왜일까. 산은은 이동걸 회장이 직접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대국민 사과를 하며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반면 수은은 같은 날 아침 예고 없이 혁신방안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배포하는데 그쳤다.
 
더욱이 수은은 보도자료에도 발표 배경 설명의 주어를 이덕훈 행장이 아닌 ‘수은 관계자’로 달았다. 이처럼 이덕훈 수은 행장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본격화한 구조조정 국면에서 철저히 '은둔'하고 있다. 혁신방안을 발표할 때 이 행장이 기자들 앞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필자는  이 행장이 아직도 ‘서금회’라는 막강한 배경을 믿는 것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은행장으로서 기자들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 혁신방안을 발표했더라면 이미지관리는 물론 책임감 측면에서도 훨씬 좋았을 것이다.
 
정작 문제는 정부와 청와대다. 권력층이 앞으로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근본대책을 내놔야 한다. '낙하산 인사'는 더이상 없다는 진정어린 약속도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제2, 제3의 이동걸·이덕훈’이 계속 나오는 한 어떤 개혁안도 백일하청일 것이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명적'인 국책은행 쇄신안이 나와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