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미실과 ‘비선실세’
신라의 미실과 ‘비선실세’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6.09.3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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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의 천국(?)..최순실 씨 '입' 열어야

 
신라 최초의 여왕이자 한반도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 그녀가 왕의 자리에 올랐을 땐 중년이 훨씬 지난 나이였다고 한다. 한 때 시청률 40%를 돌파하여 1위를 달리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던 것은 덕만공주와 미실이라는 두 여성의 대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의 대표적인 ‘팜므파탈’ 미실은 화랑세기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이다. 미실은 제2대 풍월주로 신라 23대 법흥왕(재위 514∼540)의 외손자인 미진부(未珍夫)가 외할아버지 법흥왕의 후궁인 묘도(妙道)부인과 야합해 나은 사생아이다.

미실은 남보다 뛰어난 재주와 용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 등 3대의 왕을 모셨으며 사다함, 설원랑, 동륜태자, 친동생인 미생 등과도 사통했다고 화랑세기는 서술했다. 미실은 권력자들을 유혹하면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화랑세기에는 미실이 진흥왕의 총애를 입게 되자 친부인 미진부의 벼슬이 각간(角干, 신라 17관등 중 제1위에 해당)에 올랐다고 기술한다. 진지왕이 왕위에 오른 것도 미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드라마 '선덕여왕'.. 덕만공주와 미실은 끈끈한 '애증병존'의 관계

선덕여왕은 진평왕과 마야부인의 큰 딸이었다. 그녀의 본명은 김 덕만이었고, 신라 제 27대 왕으로 한 민족 최초의 여왕이 됐다. 덕만공주와 미실은 성격과 리더십에 큰 차이가 있었다. 덕만공주는 남을 따뜻하게 배려하면서 대의를 꿈꾸었다. 그녀는  “정과 가슴의 리더십”을 갖고 있는 지도자였다. 반면, 미실은 막강한 권력으로 부하들을 다스리며 조직을 관리하고 목표를 달성해가는 “목표지향적인 카리스마의 리더십”을 가진 여걸이었다.

미실과 덕만과의 관계는 '애증병존(ambivalence)'에 가깝다. 미실은 유능한 여성 정치가로서 남을 수 있었지만, 결국 몰락할 운명이었다. 실질적으로 왕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지고 권력의 정점에 올랐음에도 왕후라는, 더 높은 최상위의 권력에 집착한 탓이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미실은 비담의 손에 죽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실이라는 캐릭터가 드라마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면서 불가피하게 스토리가 바뀐것이라고 한다. 미실은 본래 초반부의 캐릭터성 자체가 순수하지만 '권력욕의 화신'에 가까웠다.  

‘최순실 게이트’가 올 가을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미르·K스포츠 재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관련한 특혜 의혹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관련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두 재단과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에 얽힌 비선실세 의혹을 놓고 매일 새로운 사실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핵.. 박 대통령 ‘영애 시절’부터 가까웠던 최태민 목사 딸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 시절’부터 가까웠던 최태민 목사의 딸이다. 최씨는 정윤회씨의 전처다. 두 사람은 2014년 5월 이혼했다. 정윤회와 최순실 이름 앞에는 ‘비선 실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된 박관천 전 경정은 2015년 1월 검찰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박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이 말이 새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최순실씨와 관련한 의혹은 박근혜 후보 시절부터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그녀가 박 대통령 재산관리인 노릇을 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박 대통령 취임 뒤에도 최순실씨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2013년 승마협회 조사·감사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담당 국장과 과장이 경질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직접 불러 수첩을 보며, 조사를 진행한 국장과 과장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유 전 장관의 뒤늦은 증언도 나왔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과정을 살펴보면 권력 내 여권의 균열 조짐까지 엿보인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건은 확산할 경우 곧 바로 박 대통령 턱밑까지 가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 때 정권을 뒤흔들었던 내곡동 사저가 특검으로 가면서 레임덕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시금 미실이 떠오른다.  물론 덕만이나 미실이나 서로에게 최고의 적인 것은 사실이다.미실은 덕만의 첫 20여년의 인생 자체를 빼앗았고, 덕만은 미실의 모든 것을 후에 빼앗은 때문이다.
 

현대사회서도 '미실' 살아있나.. 최 씨 각종 의혹 대해 스스로 입 열어야

 
그들은 능력에 있어서는 서로가 인정하는 관계다. 번번히 덕만은 미실에게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측근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아예 미실이 없었으면 자신도 없다고 털어놨다. 요즘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한 여러 보도를 접하다보면 현대사회에서도 미실은 아직 살아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한국은 안보와 경제 위기 속에서 계층별, 세대별, 지역별 단절로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 최순실씨 비선실세 의혹이 온 정국을 강타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4년차라는 시점과 맞물려 매일매일 호사가들의 안주거리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40년 지기인 최순실씨는 서로가 밀접한 베일 속의 끈끈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단순한 친분 관계를 넘어서 혹시라도 인사에 간섭을 하고 재벌모금에 압력을 넣는 사이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바로 국정농단이 되는 탓이다. 한국은 '팜므파탈'들의 천국이 아니다. 최순실 씨는 국민적 의혹을 떨처버리기 위해서 각종 의혹에 대해 스스로 나서서 입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박 대통령을 진정으로 돕는 길이며, 그나마 남은 임기동안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는 길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언론인/자유기고가(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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