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백기'지급 결정..금감원 최종 제재심 앞두고 '버티기 전략'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 대해 초강력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알리안츠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강수에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키로 했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3곳만 남게 됐다. 알리안츠생명은 5일 이사회를 열고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보험업 인허가 등록 취소,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 등을 포함한 중징계 조치를 예고하자 '백기'를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4개 생보사에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예정 제재 조치를 통보했다. 금감원이 통보한 징계 수위는 일부 영업 정지 등 기관징계와 CEO등 임직원에 대한 문책, 해임 권고가 포함됐다.
이는 생보사에 대한 역대 최고 수준의 조치로, 제재가 최종 확정되면 CEO가 교체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영업도 어려워질 정도로 강력한 수위다. 영업 일부가 정지되면 특정 보험상품을 팔지 못하거나 일부 지역에서 영업이 제한되는 등 회사 영업에 타격을 입고, CEO의 경우 문책경고만 받아도 현 대표이사가 연임할 수 없게 된다.
알리안츠생명은 전격적으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키로 하면서,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감경된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뒤늦게라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들에는 100∼700만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직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빅3' 생보사들은 오는 8일까지 중징계 조치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를 참고로 재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종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아직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들은 오는 8일로 예정돼 있는 소명기간에 입장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험업계에서는 징계가 내려질 경우 해당 생보사들이 행정소송으로 응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만큼 법리상으로는 생보사들이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대형 보험업체 관계자는 "감독 당국의 방침에 반발하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며 "개인회사도 아니고 책임경영을 해야 하는 대기업이 원칙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면 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시점에서 당국의 제재가 두려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대법원의 판결이 있는 만큼 생보사에 유리할 것"이라며 "하지만 행정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금감원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 자명해 당장 제재는 피하더라고 추후 영업규제가 더욱 심해질 수 있어 행정소송을 쉽게 제기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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