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기획>‘자살보험금 미지급’ 해법은 없나 (中)'금감원은 종이호랑이'? 생보사들 자살보험금 '꼼수'에 휘둘려
<새해기획>‘자살보험금 미지급’ 해법은 없나 (中)'금감원은 종이호랑이'? 생보사들 자살보험금 '꼼수'에 휘둘려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7.01.12 19:56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징계 놓고 '딜레머' 봉착..생보사들, 금감원 징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편법-꼼수 판 쳐

 

 

자살보험금 지급논란은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0년간 판매된 17개 생보사의 자살 재해사망과 관련한 특약상품 약관에서 비롯됐다. 통상 자살의 경우는 보험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입 2년 안에 사망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2년 이후 사망시에는 일반 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2001년 이후 판매된 상품의 경우 자살의 경우에도 가입 2년 뒤 사망 시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서 발생했다. 무려 10년간 상품이 판매되고 나서야 문제의 약관은 2010년4월 최종 삭제됐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2013년 ‘잘못 표기된 약관에도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자살에 대해서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지난 해 5월 대법원도 특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사태가 촉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 해 11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에 중징계 제재 조치를 통보했다. 제재에는 영업 일부 정지부터 영업권 반납, 보험사 대표의 문책 경고에서 해임 권고 조치까지 중징계가 포함됐다. 
 

한화-교보생명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꼼수'..금융당국 '난처한 상황' 빠져

 
금감원의 강공 두달여 만에 알리안츠 생명이 보험금 전액 지급, 교보생명 한화생명이 일부 지급을 각각 결정했다. 이제 삼성생명만 남은 상황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 달 금감원에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적정한 지급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소명했고, 고민중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중요한 이슈라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얼핏 보면 삼성생명을 빼고는 금감원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현재로서는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외치며 보험사에게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전방위로 압박했지만 결국 당국의 ‘자충수’에 변죽만 울린 꼴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이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금융당국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이들이 일부 지급이라는 면피성 대책을 내놨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비슷한 유형의 제재건에 솜방망이 처벌 이력이 있다. 고강도 징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어려운 탓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2011년 이후 신청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만 지급하기로 하면서 금융감독원은 난감한 모습이다. 전액 지급이 아닌 전체 금액의 20% 수준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험사들은 생색만 냈고 금감원은 이들에게 휘둘린 꼴이 되고 말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라는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일부 지급이라는 꼼수를 부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 책임을 피할지 모르지만 고객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 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한화-교보생명 보험금 지급하면 CEO징계-영업정지 등 중징계 쉽지 않을 것"

 
금감원의 심기가 더욱 불편한 이유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하기로 한 기준이 지난해 경징계 처분을 한 신한생명, 흥국생명 등의 기준을 맞춘 탓이다. 신한생명과 흥국생명은 이미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회사들이다. 
 
지난 해 11월 금융위는 자살보험금을 적시에 지급하지 않은 메트라이프 등 5개사에 100만∼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과징금 규모는 메트라이프 600만원, 흥국생명 600만원, 신한생명 500만원, PCA생명 300만원, 처브라이프(옛 에이스생명) 10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이 제재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미지급건에 대한 것으로 이들 회사들이 당국 제재 전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함에 따라 징계 수위를 낮춰줬다고 평가했다. 결국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2011년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징계를 받더라도 당국이 엄포를 놓았던 CEO 징계까지는 받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면 작년 5개 회사들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CEO징계나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애초 금감원은 신한생명, 흥국생명과 다르게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등에 대해서는 지난 해 12월 영업권 반납이나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 등 고강도 제재를 사전 통지하며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알리안츠생명은 '백기'를 들고 자살보험금 전액지급을 결정했다. 
 

금융소비자 단체 관계자 “생보사가 소멸시효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궤변"

 
하지만 이번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꼼수로 금융당국은 시장에 영(令)이 서지 않으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꼴이 됐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쉬쉬하고 있지만 고강도 제재가 결정되면 행정소송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최종 결정을 지켜본 뒤 최종 제재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 수위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최종 결정은 제재심의 위원회에서 결정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태와 관련해서 중요한 결정문이 존재한다. 2011년1월 보험업법이 개정되며 보험사의 기초서류, 즉 약관준수의무가 신설됐다. 2016년9월에는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경과한 보험금은 보험사의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알리안츠 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교보생명이 2011년1월 이후 청구건에 대해 지급을 결정한 것은 모두 기초서류준수의무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행정권과 대법원의 사법권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보사가 선뜻 전액 지급 결정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익에 배치되는 결정을 할 수 없고 그럴 경우 배임죄를 물어야 한다”면서 이 점이 삼성생명도 고민 중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생보사가 소멸시효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궤변”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한 번 청구하는 사망보험의 성격상 문제는 보험사가 자살이 사망원인인 가입자에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점이다. 사망원인이 자살로 나왔으면 당연히 약관상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했어야 하는데, 이를 보험금이 1/3에 불과한 일반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게 문제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뒤늦게 알고 문제제기를 한 가입자에게 보험금 청구 시효가 소멸됐다고 우기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침묵하는 삼성생명.."금융소비자 보호의무 소홀히 한 ‘유아독존’ 태도"

 
현재 자살보험금 지급여부에 대해 삼성생명이 침묵하고 있다. 한국 제일의 보험사가 금융소비자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채 ‘유아독존’식 태도라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금감원도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보사들에 대해 '영업 일부 정지나 영업권 반납, CEO 등 임직원에 대한 문책경고나 해임권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배임'으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입장에서 "계속 검토중"이라며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 삼성생명 측은 "교보나 한화 생명이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의견을 금감원에 냈기 때문에 우리도 의견을 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언제 제출할 것인지 시기는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의 경우도 굳이 '위로금'이라는 명목을 택한 데 대해, 외국계 주주들이 자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며 ‘배임’이라는 주장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연맹의 조연행 상임대표는 생보사들의 '배임' 주장에 대해 "과거 고객들에게 재해보험상품을 팔면서 제시한 사업방법서(보험 약관)에 2년이 지나면 자살보험금을 준다고 했으니 그대로 주면 되는 것"으로 배임이 아니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앞서 성명을 통해 "금감원이 3대 생보사들에 자살보험금 관련 중징계 제재 방침을 통보한 데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자살보험금 미지급은 "생명보험사가 소비자를 농락하고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킨 도덕적 해이 사건으로 당연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삼성생명, 미르-K스포츠 재단엔 거액주고 보험소비자에겐 줘야 할 돈 안 줘"

 
또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은 "2007년 대법원의 지급 판결, 2010년의 약관 개정으로 '재해사망특약에서 2년 이후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험수익자를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살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일반론을 앞세워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해온 것으로 이는 명백히 '사기'행위"라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는 그렇게 쉽게 돈을 줘놓고 정작 보험 소비자들에게는 줘야할 돈은 아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보험사들은 삼성생명(미르 25억 원, K스포츠 30억 원)과 삼성화재(미르 25억 원, K스포츠 29억 원), 한화생명(K 10억원) 등 3곳으로 총액은 119억 원이다. 
 
결국 생명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생보사의 '일부 지급' 방침을 두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결정은 금감원의 중징계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해 말 이들 생보사에게 자살보험금 미지급을 이유로 일부 영업정지에서 영업권 반납, 최고경영자에 대한 문책경고와 해임권고 등 중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만일 생보사들이 금감원의 중징계가 두려워 전액 지급을 하기로 했다면 상황은 깔끔하게 종료된다. 그런데 해당 생보사들은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삼은 '약관 준수 위반 규정'이 법제화된 이후에 청구된 보험금에 대해서만 지급한다는 방침을 내 놓았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자살보험금이 '일부 지급'에 불구함에도 당초 예고했던 중징계를 내리기에는 생보사들이 법적 근거를 모두 갖춘 상태여서 징계 수위를 쉽사리 정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금감원, 제재심 일정 확정 못해 '진퇴양난'.."소명자료 보며 포괄적으로 검토"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중징계를 피하는 동시에 보험금 지급분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초 서류(약관)준수 의무 조항이 신설된 2011년 1월 이후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만 지급하기로 했다. 이전에 발생한 보험금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제재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빅3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규모는 삼성생명이 1600억원, 교보생명 1130억원, 한화생명 1050억원 규모이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지급하기로 결정한 자살보험금 규모는 2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자살보험금 중 20%에도 못 미친다.결과적으로 이들 생보사들이 금감원 징계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와 한화생명으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2011년 이전 청구한 보험가입자와의 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에 빠진 셈이다. 
 
이에 빅3 생보사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던 금감원도 고민이 깊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중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들 생보사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제재심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월에는 제재심이 한 차례 열리는 데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관련 제재심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생보사들이 제출한 소명자료와 함께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등도 포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