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주권'! 증권집단소송 첫 배상…'봇물' 예고
'금융소비자 주권'! 증권집단소송 첫 배상…'봇물' 예고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7.01.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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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도이치뱅크, 85억 물어줘라".."주식매도는 시세조종 목적, 조작으로 손실"

 

금융사에 증권 관련 집단배상 책임을 물은 첫 판결이 나왔다. 이치은행(도이치방크)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에서 승소했다. 2005년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지 12년 만에 나온 첫 본안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 김경)는 20일 김모씨 등 투자자들이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서 “김모씨 등 대표 당사자 6명에게 총 85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집단소송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법원이 그동안 집단소송 허가나 관련 배상 판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도이치뱅크 주가연계증권(ELS) 판결로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증권 관련 피해자들의 유사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단소송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2007년 ‘한국투자증권 부자 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한투289 ELS) 상품에 투자했다가 만기일에 약 25%의 손실을 본 모든 투자자는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한투 ELS’는 국민은행 보통주와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2007년 8월 총 198억원 어치가 팔렸다. 그러나 도이치은행은 ELS 만기일인 2009년 8월 장 종료 시점에 기초자산인 국민은행 보통주를 저가에 대량 매도하는 수법으로 종가를 만기상환 기준가보다 낮춰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
 
재판부는 주가연계증권은 투자자에게 상환될 금액이 기초 자산의 상환기준일 종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기준일 당시 주식의 가격이 손익분기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이치은행이 가격 하락을 노리고 국민은행 주식을 저가에 매도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 투자자로서는 한국투자증권 계약금액 88억9000만원의 128.6%에 해당하는 113억원을 상환금으로 지급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도이치은행이 이 사건 주식의 기준일 종가를 낮춰 수익 만기상환조건의 성취를 무산시킴으로써 한국투자증권에 지급할 금액 절반 가까이 줄이고자 한 동기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이치은행이 접속매매시간대 중 이 사건 주식의 가격이 올라간 오후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고 특히 단일가 매시간대에 이르러서는 이 사건 주식의 예상체결가격이 기준가격을 근소하게 넘어서는 시점마다 가격하락 효과가 큰 시장가주문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주식을 매도했는데 실제로 예상체결가격이 하락한 점을 비춰볼 때, 주식 가격을 낮출 의도로 주식매도 행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식매도 행위는 주가연계증권과 관련해 수익 만기상환 조건이 성취되지 않도록 기준일 종가를 낮추기 위해 이뤄진,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며 “자본시장법 제 179조 제 1항에 따라 도이치은행은 이 사건 주식매도 행위로 구성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총 8건이다. 도이치뱅크 사건을 비롯해 4건은 재판 중이고 나머지 4건은 소송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소송들에서도 배상판결이 나오면 연루된 금융사들은 최대 수백억원 이상을 배상해야 한다. 집단소송 결과는 소송을 건 피해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피해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도이치뱅크 판결은 85억여원을 배상토록 했다.
 
GS건설이 2012년 사업연도 재무제표를 허위 기재한 건에 대해 주주들이 2013년 낸 집단소송은 피해자가 1만262명에 이른다. GS건설이 진행 중인 재판에서 지면 총 460억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직 재판 허가가 나지 않았지만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이 2014년 동양증권 등을 상대로 낸 집단소송은 약 1만8000명의 ‘피해자’가 조(兆) 단위의 배상을 노리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캐나다 최대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ELS 주가조작과 관련해 처음으로 집단소송을 허가한 데 이어 이번에 첫 배상판결이 나오면서 유사 소송도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도입된 2005년 이후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은 9건에 불과하다. 도이치뱅크와 RBC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집단소송을 검토하는 증권 관련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월 임시회에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채 의원은 지난해 8월 금융사에서 불복하더라도 법원의 중지명령이 없는 한 집단소송 재판을 진행토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집단소송은 일반 소송과는 달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할 수 있다. 허가를 받더라도 상대방이 불복하면 항고 재항고를 거쳐 대법원에서까지 허가 여부를 다퉈야 한다. RBC 주가조작 피해자들도 2010년 소송을 낸 후 6년 만에 소송을 허가받았다. 실제 재판에서도 장기간 법리를 다퉈야 한다. 도이치뱅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어해설) 증권집단소송제도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된 제도다. 대표 소송이 승소 판결을 받으면 효력이 자동으로 모든 피해자들에게 미쳐 일괄 배상을 받게 된다. 집단소송 허용 여부는 법원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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