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백기투항
삼성생명,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백기투항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03.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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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수위' 낮추려는 듯…교보생명도 전부지급, 한화생명만 남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끝까지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꼼수'를 부리던 삼성생명이 드디어 '백기'를 들었다. 삼성생명이 기존 입장을 긴급히 바꿔 미지급 자살보험금 1608억원 전액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대표이사 문책경고로 인한 경영 공백 상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계’로 보인다.

그러나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며 삼성그룹이 사실상 해체된 상황에서 김창수 사장의 자살보험금 대응 실기로 삼성생명은 오히려 'CEO(최고경영자) 리스크'의 민낯을 드러냈다. 꼭 필요한 '골든 타임'에 CEO가 민첩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금감원 제제심의위 이후에 입장을 급선회하는 바람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말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자살보험금 추가 지급을 안건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의 미지급 보험금 규모는 총 1608억원이다. 지난해 11월 지급과 공익재단 출연 등을 약속한 600억원을 뺀 1008억원에 대한 처리 방향을 최종 결정한다.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비롯한 여러 대안이 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이나 전액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하자 미지급 1천608억원 중 일부인 400억원만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막판까지 지급 불가 방침을 밝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 대상에 오른 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 가운데 교보생명은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전건(1858건) 지급으로 돌아선 바 있다. 
 
대법원 판결 이전이라 지연이자 지급 근거가 없는 2007년 이전 판매한 미지급 건에 대해서는 원금만 주기로 했다. 건수로는 전건이지만 액수로는 1134억원 중 672억원만 주기로 했다.이런 ‘막판 뒤집기’로 교보생명은 당초 미지급금 규모가 한화생명(1050억원)보다 많았지만 영업정지 1개월, 대표이사 ‘주의적 경고’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제재심의 직전에 ‘전건 지급’ 카드를 던진 교보생명보다는 센 걸 내놔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심의가 끝난 상태에서 제재심의 결정을 뒤집는 금융당국의 선처를 바란다면 전액 지급 밖에는 답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선례’를 가장 꺼린다. 대법원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안 줘도 된다고 판결했는데도 보험금을 줬다면, 이후 또 다른 미지급 분쟁에서 이번 사건이 선례로 남아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약관 탓에 가입자와 분쟁이 붙었을 때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지급 금액도 1008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1조955억원)의 10%에 육박한다. 법적으로 안 줘도 되는 보험금을 지급해 회사 이익이 줄어 배당금이 적어졌다면 외국인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이번 중징계 처분으로 삼성생명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3만 명에 달하는 설계사 조직의 붕괴다.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으로 회사가 입게 될 손실은 월 매출액의 20% 수준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신규보험 판매 실적이 수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설계사의 수입 구조상 3개월 동안 영업을 못하면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들이 다른 회사로 적을 옮기거나 직을 그만두면 장기적으로 회사가 입을 잠재적 손실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는 대표이사인 ‘김창수 사장 연임을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교보생명이 제재심의 직전에 돌아선 것은 대표이사가 오너이기 때문이다. 신창재 회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면 임기가 끝나는 이번 달부터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교보생명의 막판 뒤집기로 신 회장은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김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그룹 비서실을 거쳐, 2012년 삼성화재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4년부터는 삼성생명을 맡아온 정통 ‘삼성맨’이다.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무난하게 연임이 결정됐다. 그러나 중징계가 확정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삼성생명은 당장 새로운 대표이사를 물색해야 한다.
예전 같으면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에서 금융그룹의 큰 방향을 놓고 신임 대표를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미전실이 해체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전자-물산-생명을 3각 축으로 하는 구도로 운영될 것으로 본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삼성 금융그룹을 책임지는 삼성생명 사장의 부재는 3각 축의 하나가 휘청이는 꼴이다. 대안으로 삼성화재나 삼성카드ㆍ삼성증권 등의 사장을 검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됐다. 2018년까지 임기가 남은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있지만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은 규모가 다른 회사다. 삼성생명은 자기자본이 28조가 넘지만, 삼성증권은 4조원에도 못 미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미전실 해체에 따라로 다급해진 삼성생명이 김창수 사장을 구하려고 그동안의 명분을 다 버리고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장사거나 외국인 지분이 많아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배임으로 고소될 위험이 있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마저 '백기투항'을 결정한 것은 금감원의 중징계가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3곳에 대해 1개월~3개월 '일부 영업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특히 삼성생명은 김창수 사장이 '문책경고'를 받아 연임이 불가능한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기관별 징계도 삼성생명은 일부 영업정지 3개월을 받아 가장 수위가 높았다.
 
금융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거쳐 금감원의 징계가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3개월 간 대부분의 보장성 상품을 팔 수 없고, 진웅섭 금감원장이 다음 달 24일로 예정된 삼성생명의 주주총회 전에 임원에 대한 징계를 전결로 먼저 확정할 경우 김 사장은 연임도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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