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가계대출 통계 수치를 엉터리로 발표하는 헤프닝이 벌어지면서 중앙은행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한은은 9일 오전 발표한 '2017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 보도자료에서 올해 1월 상호저축은행 가계대출이 9775억원 늘었다고 발표했다가 4시간이 지난 후 실제 증가액이 반토막난 5083억원에 불과하다는 수정 자료를 냈다.
당초 발표된 9775억원은 전달인 지난해 12월(4378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액수인데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사상 최대 규모였던 만큼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터였다.
저축은행중앙회로부터 받은 통계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까지 가계가 빌린 대출금 중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가계대출'만 한은에 보고해왔지만, 이번에는 지난해까지 영리 목적으로 분류했던 영농자금 등 일부 가계대출(4692억원)을 새로 포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은은 이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1월 증가액을 단순히 실제보다 2배 가량 크게 계산한 것이다. 통상 통계 산출 방식이 변경되면 각주를 달아 부가 설명을 해오던 한은은 이번엔 별다른 설명조차 없었다.
일단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이번 통계가 평소보다 2~3배까지 크게 뛰었지만 통계를 작성한 쪽에서 맞다고 했고, 한은도 더 깊게 따져보지 않는 이상 해당 기관의 신뢰도를 그냥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계대출 급증세에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운 현 시점에서 한은이 정확하지 않은 가계대출 통계를 여과 없이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사태를 빚은 데에 대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