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에 왜 교수들이 몰려드는가
대선판에 왜 교수들이 몰려드는가
  • 류동길
  • 승인 2017.04.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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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 ‘폴리페서(polifessor)’는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로 교수직을 발판으로 출세하려는 행태를 비꼬는 의미로 쓰인다. 대선 때마다 그랬지만 이번에도 각 대선 캠프 주변에 폴리페서들이 몰려드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각 대선 캠프가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세(勢)를 과시하려하고 폴리페서들은 이에 호응하기 때문에 생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정책자문단에 참여한 교수들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교수들이 계속 자발적으로 와서 이제 못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캠프에도 교수를 포함한 700명 규모의 외부 전문가 자문단을 출범시켰다고 했다. 유력후보의 주위에 그렇게 많은 교수들이 모여든 건 정상일 수 없고 그들 모두가  정책자문을 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그들 거의 대부분은 정책자문보다 세 과시용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다. 웬만한 교수들은 모두 정치판에 몰려있는데. 거기에 끼이지 못하는 교수는 속된 말로 쪽팔린다고 하는 소리도 들리지만 이 시간에도 연구에 몰두하는 교수는 절대다수다.

  현실정치에 참여하려는 교수들 조직은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전 대통령 캠프였던 이른 바 동숭동 팀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교수들이 대선캠프 주위를 맴돌게 된 건 2002년 대선 때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당시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약했던 노무현 후보를 소수의 교수그룹이 지지했고 그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권력의 핵심에 진입했다. 이를 지켜본 상당수 교수들은 '줄만 잘 서면 무슨 자리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을것이고 이것이 폴리페서를 양산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교수든 누구든 직업선택의 자유, 정치참여의 자유가 있다. 대학교수가 특정분야의 전문가로 초빙되거나 발탁돼 전문적 식견으로 자문활동을 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전문가의 정책 아이디어가 경제와 사회발전,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정치 참여 교수들의 성공사례도 있다. 하지만 최근 보았듯이 일부 교수 출신 장·차관과 수석들의 행태는 실망을 넘어 교수의 품위와 자질을 허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캠프 참여를 디딤돌로 삼아 한자리 챙기려는 폴리페서들은 결국 대학사회를 정치의 장으로 물들이고 교육의 부실과 대학의 경쟁력을 낮추는데 기여할 뿐이다.

  교수라는 상품의 가치는 세 과시용 들러리로 서 있을 때가 아니라 특정 전문분야에서 쌓은 업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교수는 만능선수가 아니다. 장미란 선수는 역도의 여왕이지만 얼음판에서는 김연아 선수처럼 잘 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구나 자기가 설 자리가 있는 법이다. 교수라는 자리는 정치권에 붙어 출세하려고 대기하는 휴게소는 결코 아니다. 교수가 있을 자리는 연구실과 강의실이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는 “빨리 연구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고, 공동수상자 존 거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가야지 뭘 하겠느냐”고 했다. 연구가 천직임을 아는 교수들이다.

  폴리페서를 비난만 하고 있을 수 없다. 교수가 공직에 일정기간 진출하는 경우 사표를 내게 하거나 강단으로 복귀할 때는 재심사를 받게 하는 방안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강의와 연구보다 정치현장을 들락거리며 사실상의 정치활동을 하는 경우다. 자신의 전공분야와 관계없이 정치적 또는 사회적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참견하고 앞장서는 새로운 형태의 폴리페서를 규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문제다.

  대학사회에 새바람이 불어야한다. 대학사회와 교수들 스스로 폴리페서를 규제해야한다. 대학사회가 자정능력이 없다면 대학과 교육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학당국과 교수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한국 대학은 세계에서 어느 수준에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에 수백, 수천 명의 교수들이 선거캠프에 모이는 경우가 있는가를.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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