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선진국의 통화정책의 기조가 변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지난달 24일부터 닷새간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ECB(유럽중앙은행)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연준이 이미 금리 인상과 함께 보유자산 축소를 예고한 상황에서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지역의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양적완화 축소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며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완화로 이어진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선진국의 통화정책 기조변화가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증가 등 대외건전성 제고와 글로벌 경기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지난 2013년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 긴축 발작)과 같은 금융 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간 국제금융시장에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흥국 입장에서 확실한 대비태세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추이나 글로벌 자금이동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회의에서 “경제 회복세에 맞춰 정책 수단의 매개변수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면서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이에 장기물을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했다. 미국 국채 10년 물은 드라기 총재 발언 이후 4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보이며 2.3%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유럽 주요국 장리금리도 같은 기간 0.1~0.3%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이번 ECB 포럼의 주요 의제는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투자와 생산성을 어떻게 높여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총재는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투자에 우호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