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불쑥' 비난 발언에 금융위 '멘붕'
김상조 공정위원장 '불쑥' 비난 발언에 금융위 '멘붕'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07.0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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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다.”.."평소 오랜 '모피아' 불신 드러난 듯" 해석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한 이 같은 발언을 놓고 문재인 정우 출범 초기에 금융위와 공정위가 '감정대결'을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 후 세 번째 기자간담회에서 “시민단체 책임자로 활동할 때 주로 금융위와 공정위, 두 부서 관련 일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공정위원장 취임 후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이 공정위가 잘못에 비해 과도한 비판을 받는 측면도 있다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만 장관급 공직자가 타 부처를 공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발언에 장내가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갑자기 나온 얘기인 데다 최근 들어 공정위와 금융위 사이에 정책을 두고 다툼이나 이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돌출 발언은 모피아에 대한 김 위원장의 평소 불신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 위원장은 교수 시절에도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모피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개개인을 놓고 보면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때는 조직폭력배나 진배없어지는 것이 한국의 모피아다”라거나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모피아에게 넘어가는 순간 여지없이 실패한 정권이 된다”라고 질타할 정도였다.

경제부처 주변에서는 이번 발언을 이른바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영문 합성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오랜 불신이 묻어난 걸로 해석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통제 받지 않는 모피아는 개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표현하는 등 과거부터 모피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왔다.

이에 금융위가 발끈했다. 금융위가 대놓고 말은 않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저의가 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때아닌 김상조 위원장의 ‘공박’에 잔뜩 화가 난 셈이다.경우에 따라선 새 정부 재벌개혁의 ‘쌍두마차’인 공정위와 금융위가 벌써부터 불협화음을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갑작스런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정위는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선제적인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한다. 금융위를 비판한 게 아니라 공정위 내부 개혁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얼떨결에 ‘당한’ 금융위는 무척 황당해했다. 졸지에 ‘나쁜 짓 많이 하는 집단’이 된 탓이다. 김 위원장이 새 정권의 실세여서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금융위 내부 분위기는 이날 오후 ‘부글부글’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사석에서도 아니고 공식적인 무대에서 왜 남의 부처를 언급했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내부에선 같은 공무원을 ‘디스’(래퍼들이 랩 배틀 과정에서 상대 래퍼를 공격하는 것), ‘팀킬’(게임에서 같은 편을 죽이는 행위)한 것과 다름없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은 김 위원장이 불과 얼마 전에는 금융위를 칭찬했다는 점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금융위는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요청을 거부했다. 청와대에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지만, 자체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허가해주기 어렵다고 판단 내린 사실을 거론했다. 금융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시 “금융위를 칭찬해줘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엔 금융위가 나쁜 일을 많이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금융위위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지 얼마 안돼 발언을 정제하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도 “설령 그렇더라도 다짜고짜 남의 부처를 공개장소에서 모욕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언짢아했다.

더구나 지금 금융위는 새 정부에서 내정한 조직 책임자인 최종구 위원장이 국회임명동의청문회를 앞두고 있고, 사실상 지휘부 공백상태다. 체제가 정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군 격인 공정위원장으로부터 '한방'을 먹은 셈이다. 새 정부의 경제검찰 공정위와 금융정책 컨트롤타워 금융위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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