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블라인드 면접'과 ‘브라이트 접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블라인드 면접'과 ‘브라이트 접근'
  • 권의종
  • 승인 2017.07.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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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차별없는 채용엔 오히려 다양하고 많은 정보와 진중한 접근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 만난다” 했다. 하반기부터 공공부분에 도입되는 블라인드 채용방식에서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 학연, 지연, 혈연 보다 실력으로 인재를 뽑겠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편견이 개입되어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했다는 그간의 채용방식이 우리 사회의 병인이라는 진단이다. 당연히 지원자는 물론 온 국민의 박수감이다.

해법이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입사지원서 표준양식이 엉뚱하게 달라졌다. 출신지역, 대학, 전공, 성적, 외국어 능력, 나이, 성별, 가족관계 등 개인 정보를 적는 곳이 사라졌다. 신체조건을 보인다는 이유로 사진 부착마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그 빈자리에 직무관련 과목 및 교육과정, 국가기술 및 전문자격사항, 직무관련 경험이나 경력을 적는 항목이 생겼다.

학력과 신상정보를 원천 차단해서 채용 과정에서의 편견과 차별을 제거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정보 부족으로 불완전 선택의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걱정이 커진다. “구더기 무서우니 장 담그기를 포기하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소극적 해법은 순기능보다 예기치 못한 역기능과 부작용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입사지원서에 출신대나 전공과 성적, 나이-성별조차 못밝히는 나라 어디 있나 

채용과정에서 불공정하고 차별적 요소가 있으면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참고하여 바로 잡으면 그만이다. 해당 정보를 차단하는 조치는 방책이 될 수 없다. 입사지원서에 출신 대학이나 전공과 성적, 심지어 나이와 성별조차 밝히지 못하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는 수험생의 목소리는 하소연과 엄살이 아니다.

정부는 공기업과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내세운다. 언론들도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맞장구로 화답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산하 기관에서 정부 방침을 반박할 리 만무하다. 더구나 이 문제는 다수결 여론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메가 데이터가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빅데이터 시대정신에 역행할 뿐더러, 창조적 혁신이 일상화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걸맞지 않는 관치의 처방이다.

출신 대학, 학과, 성적 등은 지원자의 대학 전 과정에 걸친 학업 이력서다. 기업에서 재무제표와 같은 존재다. 재무제표가 재무상황과 경영성과를 백 퍼센트 반영하지 못한다고 포기되는 경우는 없다. 대학, 학과, 성적자료는 채용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의 가치만으로도 어떤 정보에 못지않다. 시험성적, 자격증, 인턴 정보 만으로의 채용 방식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학력과 신상 정보는 필수적이다.

자칫 명문대 진학, 우수한 성적을 위한 노력의 결과들이 평등과 공정의 이름으로 역차별과 불이익으로 이어진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폐해는 더 끔찍하다. 창의적 노력과 건전한 경쟁을 먹고사는 민주사회를 좀먹고 시장질서 근간을 일거에 무너뜨릴 쓰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학생들 학교수업보다 자격증 확보에 열 올릴 기세..대학의 학사관리에도 '비상등'

자격증, 인턴 및 교육 경험에 의존하는 새로운 채용방식이 가져올 후폭풍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신체적,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게 당장 눈에 보인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보다는 자격증 확보에 열을 올릴 기세다. 그렇지 않아도 공공부분 입사에서 보증수표로 통해온 공인자격증에 대한 도전은 가히 봇물을 이룰 조짐이다.

대학의 학사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경영, 경제, 회계, 법률 등의 이른바 공공기관 직무관련 과목의 수강신청에 전공자 비전공자할 것 없이 학생들이 몰려들 전망이다. 지원서에 전공은 밝히지 않아도 되고 직무와 관련된 과목만 적게 함으로써 빚어질 금후의 광경이다, 전공 쏠림현상 마저 가세할 경우 인문 사회계 전공의 고사는 불 보듯 뻔해진다.

체험형 인턴 구직지원에도 러시가 전망된다. 필기시험, 자격증과 더불어 인턴십 체험은 정식 입사 못지않은 전장으로 변모될 게 분명하다. 학력과 학업 정보를 대신해 새로 등장한 직무관련 경험 란을 빈자리로 남겨둘 강심장의 지원자가 있을 리 없다. 이래저래 학생들의 꿈과 희망은 희미해지고 삶은 더 고단해진다.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다급하고 중대한 일일수록 진중한 해결이 방책이라는 경구다. 공정하고 차별 없는 채용에는 오히려 다양하고 많은 정보와 진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감추고 차단하는 게 능사가 될 수 없다. ‘블라인드(blind)’ 보다는 공개적으로 활용되는 ‘브라이트(bright)’한 접근으로 그 가치를 발휘되는 게 정보의 속성이다. ‘깜깜이’ 보다는 ‘밝은 게’ 낫다는 소견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호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중소기업 금융

(전)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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