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공급자들의 불량정보 공유시스템 폐지하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공급자들의 불량정보 공유시스템 폐지하라
  • 권의종
  • 승인 2017.07.24 11:44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신용정보원 ‘금융계 블랙리스트’ 양산하는 적폐청산 대상..소비자를 '죽음의 공포'로까지 내몰아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저녁식사를 준비하려는데 쌀독에 쌀이 없다. 허겁지겁 동네 쌀가게에 들렸는데 판매를 거부한다. 외상값이 밀렸다는 이유다. 할 수 없이 이웃 가게로 발길을 돌려보니 거기서도 팔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앞서 들린 가게에서 어느 새 사발통문을 돌린 모양이다. 멀리 다른 동네까지 가봤지만 결과 또한 헛수고다.

모든 가게가 문전박대다. 기진맥진 상태로 어둔 밤 귀가하던 중 인적 드문 후미진 곳에 쓰러지고 만다. 그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모습이다. 밀린 외상값 몇 푼이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앗아가고 만다. 물론 실화는 아니다. 요즘 세상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상상의 스토리다.

금융소비자 도산을 부추기는 ‘사발통문’.. ‘동냥도 안주면서 쪽박마저 깨는’ 만행

놀랍게도 이런 황당한 일들이 금융시장에서는 일상으로 벌어진다. 일시적 자급수급 불균형으로 얼마 안 되는 원리금이라고 밀리게 되면 걷잡기 어려운 대형사고로 번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문용어로 ‘기한의 이익’ 상실사유에 해당되어 전체 대출금을 당장 상환해야 하는 낭패를 피하기 어렵다. 소액 마련도 힘든 형국에 거액의 대출금 전체를 일거에 갚으라는 금융회사의 요구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의 변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더 큰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거래은행에서 발생한 연체 사실이 한국신용정보원의 신용정보관리 전산망을 통해 전 금융권에 실시간 전파되면서 모든 금융회사로부터 금리 인상, 신규 여신 차단, 기한연장 중단, 여신한도 축소, 추가담보 요구 등 엄청난 불이익이 일거에 쏟아진다.

여신거래약관에 동의한 이상, 연체가 생긴 금융회사의 요구는 감내할 수밖에 없겠지만, 고객의 불량정보를 굳이 다른 금융회사에 알려 금융활용의 기회를 원천봉쇄에 나서는 금융회사의  행위는 분명한 횡포다. ‘동냥은 안주면서 쪽박마저 깨는’ 앞의 쌀가게 주인의 만행과  다를 바 없다.

금융회사끼리 불량정보 공유가 문제..금융소비자에겐 생존 위협하는 '무서운 흉기'

금융공급자들끼리의 우량 신용정보 공유는 말릴 이유가 하등 없고, 오히려 신용정보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권장사항이다. 불량정보 공유가 문제다. 득(得)보다 해(害)와 실(失)이 훨씬 크다. 불량정보 공유가 금융공급자 입장에서는 신용도와 신용거래능력 판단에 ‘가성비’ 좋은 고성능 무기일 수 있다.

반대로 금융소비자로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무서운 흉기가 된다. 무심코 던진 돌에 목숨을 맡겨야 하는 개구리의 처지가 되고 만다. 공급자 편의를 위한 제도 하나가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을 신용불량거래자로 낙인찍어 도산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현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 모드다.

법령의 개정이 시급하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신용정보주체의 신용도 판단을 위해 금융연체 등의 불량정보 활용을 인정한 조항의 삭제가 요구된다. 이는 신용정보의 오용·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의 비밀 등을 보호함으로써 건전한 신용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에 오히려 부합된다.

상거래소비자는 ‘봉(鳳)’, 금융소비자는 ‘봉’..불량정보 의존하는 신용평가시스템 설 땅 없어

법령에서 불량정보를 신용도 판단자료로 허용했던 당시에는 금융회사의 신용평가에 필요한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사정이 감안되었을 수 있다. 지금은 사정이 판이해졌다. 신용분석에 빅데이터가 동원되고, 핀테크 금융이 본격화되는 작금의 금융환경에서 불량정보에 의존하는 신용평가시스템은 이미 설 땅이 없어졌다.

바야흐로 금융소비자 시대이다. 문재인 정부가국정100대 과제의 하나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발표했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전담기구의 설립 논의 또한 활발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의 의지를 강력히 천명한 상태다. 유독 금융소비자만 공급자주도 시장(seller’s market)에서 눌려 지내야 하는 ‘봉’으로 더 이상 지낼 수 없다. 모든 소비자가 상거래소비자처럼 ‘봉(鳳)’처럼 당당히 대우받는 경제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소비자주권의 시대다.

지난 날 금융소비자를 힘들게 하고 급기야 죽음의 공포로까지 내몰았던 금융공급자들의 불량정보공유의 시스템은 더 이상 존재할 실익도, 명분도, 입지도 사라졌다. 다시 말해 ‘금융계 블랙리스트’를 양산시키는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된다. 이제 금융공급자들이 자기들끼리 불량정보를 공유해온 시스템은 하루 빨리 폐지가 요구되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아닐까 싶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