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공공기관, 정책실험의 '테스트마켓' 아니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공공기관, 정책실험의 '테스트마켓' 아니다
  • 권의종
  • 승인 2017.08.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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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자리 창출 전진기지화..혼란 빠질 피평가기관 입장 전혀 고려 안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국인은 숫자 중에서 유독 1, 3, 5, 7, 10을 좋아한다. 경조사비를 낼 때도 3만원, 5만원, 아니면 10만원이다. 4만원, 8만원, 9만원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배 돈 줄 때도 어린이 1만원. 중학생 3만원, 대학생 5만원 이런 식이다. 돈을 빌릴 때도 백만원, 5백만원, 천만원, 1억원 단위가 대부분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서도 식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한도다.

생각 없이 사용되는 것 같은 이들 수(數)에도 각각 깊은 뜻이 담겨있다. 1은 모든 수의 시작과 모든 것의 우두머리를 나타내고 최초를 의미하는 수로써 행복의 수, 축복의 수이다. 3은 안정과 조화의 수로써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이다. 시간을 과거-현재-미래 3가지로 나누고, 하늘-땅-사람을 3이란 수로 구분한다. 5는 사람의 손가락 수와 같으며 모든 것, 많은 것, 전부를 나타내는 수이다. 동양에서의 5행(火水木金土), 5륜(五倫), 서양에서의 올림픽 5륜 마크, 5성 장군 등이 5를 잘 나타내는 예다. 7은 충의, 명예, 승리, 개선, 행운을 나타내는 수이다. 일주일은 7일, 럭키 세븐, 77세 희수(喜壽), 7월 7석, 북두칠성, 무지개 일곱 색깔 등이 그 사례다.

수의 의미를 장황하게 나열한 것은 나름의 의도에서다. 정부가 공공기관이 일자리를 만들면 경영평가에서 10점의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가 주요 공공기관의 2017년 경영실적평가 때 ‘좋은 일자리 창출 및 질 개선 노력’을 가점 항목으로 신설했다. 본래 100점 만점에서 110점 만점으로 늘린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의도는 십분 공감하나, 접근 방식이 다분히 즉흥적이고 일방통행 식이다.

100점서 110점 만점으로 늘려..즉흥적이고 일방통행 식 공공기관 경영평가기준 개정

우선, 일자리 창출의 배점이 하필이면 왜 10점이었는지 궁금하다. 3점도, 5점도, 7점도 아니고 말이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5점이 적을 것 같아 좀 더 올려 10점으로 정한 게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랬다면 엄청난 주먹구구다. 10이 모든 계산의 기본이 되는 수이고, 법, 질서, 지배를 상징한다 하여 우주를 나타내는 수라는 뜻으로 정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10점이 문제되는 것은 A~E등급으로 나뉘는 공공기관 평가에서 1~2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기 때문이다. D등급 이하는 모든 임직원이 성과급을 받을 수 없고, 기관장에게는 인사상 불이익까지 더해진다. A~C등급에서도 등급이 A에 근접할수록 성과금 규모가 커진다. 평가결과가 다음연도 예산 수립에도 반영된다.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한 해 동안 사력을 다하는 이유다.

업무성과 등 주요 항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기관 보다 1~2점 이상 앞서기 힘들다. 소수점 이하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 항목의 10점은 매력적인 득점원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것으로 평가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기존 항목들 보다 일자리 항목에 주력할 경우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본말전도의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의 혁신이나 성과가 저하되기라도 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공공기관은 정책을 실험하는 테스트 마켓이 아니다. 말 그대로 공적 이익을 목적으로 자체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공기업과 정부 사업을 대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정책을 공공기관에서 먼저 시행해보고 그 성과에 따라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안이한 접근이다. 혹여 생길지 모를 부작용이나 시행착오를 공공기관에서 먼저 겪도록 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자신 없으면 처음부터 시행하지 말아야지 일단 해보고 나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잡겠다는 것은 책임 없는 모험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정권 바뀔 때마다 경영평가기준 바뀌어..섣부른 개정은 혼란만 부추길 뿐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부문은 노동, 교육, 금융과 더불어 이른바 4대 개혁의 대상이었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임기 내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시달려야 했다. 생산성 향상을 내세워 성과연봉제까지 강요당했다. 견디다 못한 일부 기관은 노사합의 절차도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부문은 일자리 창출의 전진기지가 되었다. 비정규직과 청소·경비 등 파견 받은 간접고용 인력을 정규적으로 전환하고, 사내벤처·임직원 창업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최대한 만들어내라는 가이드라인이 정부로부터 떨어졌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기준까지 개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산하기관에서 정부의 핵심 정책에 따르지 않을 리 없다. 그런 식이라면 새 정책이 나올 때마다 가점 항목이 늘어 원래 항목보다 더 많아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올해가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의 평가기준을 바꾼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혼란에 빠질 피평가기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섯 달 앞두고 수험 과목을 변경했다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정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 그래서 대놓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공공기관이라 해서 이렇게 대해서는 곤란하다. 어느 게임업체의 광고 카피처럼 “그러다가 피똥 싼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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