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사면초가 중소기업, ‘원칙경영’으로 승부할 때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사면초가 중소기업, ‘원칙경영’으로 승부할 때
  • 권의종
  • 승인 2017.08.0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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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中企 문제는 기업인 스스로의 진정성 결여서 비롯..원칙 중시하는 건강한 기업이 성공하는 법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쓸수록 어려운 게 글쓰기다. 쓰고 지우기를 수 없이 반복해도 나아질 기미조차 희미하다. 글쓰기가 평생의 업인 기자나 작가가 존경스럽다. 오죽하면 남의 원고를 ‘옥고(玉稿)’라 높여 부를까. 글쓰기의 어려움은 원석을 새기고 갈고 다듬는 보석 가공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지 싶다. 옥고(獄苦)를 치러도 출옥이 힘든 게 옥고에서일까. 서도(書道)의 일필휘지는 글짓기 사전에는 없는 말인가 보다.

다행히도 어려운 글쓰기를 쉽게 해주는 공식이 있다. 육하원칙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하는 여섯 가지의 원칙(5W1H)이다. 이를 잘 지켜서 글을 쓰면 정확하고 자세하게 표현되고 뜻도 한결 선명해진다. 옥고는 아니라도 적어도 졸고는 면할 수 있다. 신기한 비책이다.

경영의 어려움은 글쓰기에 비할 바 아니다. 재무, 기술, 인사, 마케팅, IT 등이 집대성된 거대한 종합예술이다. 어느 하나만 부족하거나 소홀해도 힘들어지는 게 기업이다. 글쓰기 육하원칙이 동서고금을 통하는 불변의 진리라면, 경영 방식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정답 없는 난제다. 어제의 방식이 오늘까지 통할 수 없고, 서구의 경영 이론과 전략이 한국 기업의 몸에 맞을 리 없다.

경영은 거대한 종합예술, 하나만 소홀해도 힘들어져..시대와 환경 따라 달라져야 

우연히 접한 어느 중견기업인의 ‘중소기업 성공조건’이 건조한 피부에 촉촉함으로 와 닿는다. 재무제표나 신용등급 등 화폐적이고 계량적 지표 없이도 기업을 손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편한 감별법이다. 10대부터 사업에 뛰어들어 50년 동안 일선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체득한 값진 보물이다. 경험과 직관에 근거한 것이긴 하나 ‘오래된 미래’의 기준이라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이름 하여 ‘3S3F 육하원칙’. 그 상세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먼저 사업에 성공하려면 3S가 필요하다. 종자 돈(seed money) 즉 자본, 기술(skills), 영업력(sales)의 세 가지 경영요소다. 3S가 완비되면 금상첨화지만, 그게 안 되면 적어도 2S는 갖춰져야 한다. 자본과 영업력이 있으면 기술은 사오거나 개발하면 된다. 기술과 영업력이 구비되면 자본투자는 외부에서 유치할 수 있다. 그리고 자본과 기술이 확보되면 영업을 위한 인적자원은 영입이 가능하다.

이 정도 쯤은 어려울 게 없어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돈 좀 있다고 기술과 영업에 대한 고려 없이 창업하는 무모한 기업이 적지 않다. 기술만 믿고 자본과 영업을 도외시한 채 선뜻 사업을 시작하는 막무가내 기업도 흔하다. 납품처가 생겼다고 돈도 기술도 없이 무모하게 경쟁에 뛰어드는 허접한 기업 또한 생각보다 많다. 사업거리도 되지 않는 사이비 중소기업의 군상이다.

3F는 기업 경영자들이 지켜야할 세 가지의 덕목이다. 첫 째의 F는 검약(frugal)의 원칙이다. 경영자는 과도한 씀씀이를 항시 경계해야 한다. 경제적 여유라도 생기면 독버섯처럼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게 소비의 근성이다. 멀쩡했던 입성이 어느 날 갑자기 초라해 보인다. 고급 브랜드 의류로 치장해야 경영자 품격에 어울려 보인다. 점심 저녁 출입하는 요식업소의 수준도 날로 높아간다. 골프 약속도 늘고 거래처 모임에서 지출규모도 커진다.

내 돈도 내 돈이고 회사 돈도 내 돈으로 보인다. 회계장부의 가지급금이 소리 없이 쌓이며 회사는 쇠락의 내리막길로 향한다. 김대중 정부시절 벤처열풍으로 몰린 돈을 주체조차 힘들었던  1세대 벤처기업들의 단명도 비합리적인 소비행태와 무관치 않았다. 짠돌이가 이긴다.

준비 안 된 창업은 망업(亡業)의 길..근검하고, 발로 뛰며, 전념하는 경영자세 필요

두 번 째 F는 경영자 스스로 발(foot)로 뛰어야 하는 원칙이다. 경영자는 크고 작은 일에 직접 나서야 한다. 몸으로 부딪히며 업무를 파악하고 관리에 나서는 일인다역이 필수적이다. 사장이 금융회사, 보증기관을 찾아가 자금을 직접 조달하고, 거래처와 대면하며 관계를 견고히  다져야 한다. 수출서류나 회계장부도 작성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기업은 디테일이 전부다.

실무를 직원에만 맡기다 보면 경영자는 업무의 문외한이 되고 만다. CEO는 실무와는 상관없는 고매한 존재로 착각하기 쉽다. 작은 회사에서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이 넘쳐 잘될 일 전혀  없다. “수출은 김 이사가, 경리는 박 부장이 다 알아서한다”며 창피한 줄 모르고 자랑처럼 떠든다. 유능한 직원일수록 언제든 독립하여 경쟁자로 나설 수 있음을 짐작조차 못한다.

세 번 째 F는 사업장(factory) 우선의 원칙이다. 자금 용도의 최우선 순위를 사업에 두어야 한다. 경영자가 사는 집은 전세일 망정 사업장부터 마련하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상당수 기업주들이 사업장보다는 거주주택 먼저 구입하고 평수를 늘린다. 승용차는 배기량 큰 대형차, 고급 외제차 순으로 교체한다. 사장은 전셋집에 살면서도 사업장만큼은 자기소유인 기업이 그 반대 경우의 기업에 비해 훨씬 더 건실하다. 사업장이 밑천이다.

3F 원칙에는 없지만 부가서비스로 주어지는 보너스 F도 있다. 자금조달(financing) 신중의 원칙이다. 대출이 늘어나다 보면 빚에 무감각해진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쓰기는 쉽지만 갚기는 어려운 게 빚이다. 설사 돈이 있어도 갚기가 싫어진다. 그 돈으로 사업을 더 키우고 싶은 ‘대박’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다. 회계기준에서 빚도 자산이지만 빚은 어디까지나 빚이다. 언젠가 갚아야 하고 갚지 못하면 기업의 생은 부지되기 힘들어진다.

볼품없는 중소기업 따위는 세상사의 중심에서 물러난 지 오래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의 문제는 정부의 정책 실패나 허술한 사업구조 같은 오류보다는 기업인 스스로의 진정성 결여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크다. 원칙과 정의가 훼손되고 왜곡된 기업토양에서 성공 경영의 신화란 부질없는 구호에 그치고 만다. 성공 기업이나 강한 대기업은 원칙을 중시하는 건강한 중소기업이 자라서 되는 것이다. 이른바 ‘원칙경영’의 깃발을 높이 올릴 때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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