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퇴출기업 인력銀’ 만들자
[권의종의 경제프리즘]‘퇴출기업 인력銀’ 만들자
  • 권의종
  • 승인 2017.08.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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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실직인력-전문 인재 원하는 기업정보 관리하고, 구인구직 연결하는 ‘인력은행’ 설립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수도권 전철 1호선 온양온천역은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전철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승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공중 화장실로 달려간다. 청량리역에서 2시간 반, 서울역에서부터 2시간 이상을 참아온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1번 출구를 따라 역사 밖으로 나오면 허름한 승합차들이 줄지어 이들을 맞이한다.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온천 지역까지 왕복 교통편은 물론 온천욕과 점심식사까지 서비스하는 만 원짜리 패키지상품으로 고객을 불러 모은다. 연로한 노년층이 그나마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만원의 행복’이다. 어디를 가도 이만한 호사가 없다.

개중에는 전철 무료승차 연령에도 이르지 못한 장년층도 적지 않다. 급기야 최근에는 한참 일할 나이의 중년층의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들의 경험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얼마든지 있어 보이는 청춘들이다. 온천 투어나 즐기기에는 아직은 빠른 나이다. 이런 곳에는 십년 후에 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정년퇴직자는 전체 퇴직자의 7.6%에 불과하다.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구조조정 등으로 50대 중반도 안 돼 대부분 직장을 떠난다는 얘기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에 의하면, 직장인 스스로가 체감하는 퇴직연령을 중소기업 51.7세, 대기업 49.8세로 답했다. 인생 백세시대에 일할 수 있는 시기가 고작 그 절반에 그치는 슬픈 자화상이다. 평생일터로 굳게 믿었던 직장이 노후 보장은커녕 중년의 생계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서럽고(苦), 힘들고(苦), 외롭고(苦), 괴롭고(苦). 사고(四苦)무친의 중년이다.

실직자 위한 안전망 허술..구명조끼 없이 침몰하는 배서 망망대해로 버려지는 꼴

실직자를 위한 안전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구명조끼도 없이 침몰하는 배에서 망망대해로 버려지는 꼴이다. 살아갈 길이 막막한 ‘젊은 그대들’이다. 창업도 생각해보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자영업자가 넘쳐나고 폐업률이 하늘을 찌르는 판국에 넉넉잖은 자본으로 경험 없이 나서 봐야 승산이 희박하다. 창업 후 2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47%에 불과하다는 통계청의 ‘산업별 기업생존율' 조사 자료에 힘이 빠진다. 2년 생존확률이 절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창업은 곧 자멸행위일 있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퇴직금을 활용한 재테크도 녹녹치 않다. 은행에 돈을 맡겨봐야 들어오는 게 거의 없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대에 불과한 저금리 시대에 은행은 더 이상 기댈 언덕이 못된다. 돈을 불려주는 곳이 아니라 돈을 보관하는 장소에 불과하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려니 더더욱 겁이 난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들어갔다가 원금마저 날리는 날이면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재산까지 몽땅 날리기 십상이다.

재취업 시장 또한 꽁꽁 얼어붙은 빙하기다. 그나마 열려 있는 일자리라고는 경비, 청소 등 단기 저임금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각 시도가 운영하는 고용센터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찾아보지만 느껴지는 실망감이 적지 않다. 교육의 내용이나 수준이 실직·퇴직자에게 적합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수료생을 원하는 수요처도 많지 않은 형편이다.

겉으로 보이는 취업률에 일비일희하기 보다는 숙련된 인력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겉으로 보이는 취업률보다 숙련 인력 재활용 방법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

기업이 퇴출된다고 해서 종업원까지 퇴출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기업이나 경영이 부실한 것이지 직원들이 부실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은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한 현장의 경험과 경륜이 체화된 숙련 인력이라는 점에서 산업에 꼭 필요한 인적자산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대대적 실업난 속에서도 일손을 구하는 구인난이 빚어지고 있다. 3D 분야 말고도 일부 기능 및 기술 직종을 중심으로 우수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태우는 중소기업이 의외로 많다. 특히 소기업, 지방소재 기업, 서비스 직종, 복지서비스 등은 퇴직한 중장년의 전문 인력의 노하우와 역량, 마인드 등의 전수가 긴요한 분야이다.

이 같은 현상은 중소기업 근무를 꺼리는 일부 근로자의 편견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적지 않은 경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의 일터를 찾지 못하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일터를 찾는 퇴출기업 실직 인력과 새로운 인재를 원하는 기업의 정보를 관리하고 구인구직을 연결해 주는 ‘인력은행’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많은 비용투자를 하지 않고도 실업난, 구인난 해소는 물론 인력 재활용에 따라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구태여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민간단체나 해당기업의 인력관리부서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사업이다.

다만 지체돼서는 곤란하다. 인력도 설비자산과 마찬가지로 진부화와 감가상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오래 방치되면 시대변화에 뒤지고 능력과 효용이 저하되게 마련이다. 구조조정기를 맞아 부실기업의 퇴출은 조기에 이뤄져야 하겠지만, 동시에 인력은행 설립도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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