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풍' 금융권 물갈이
'계절풍' 금융권 물갈이
  • 정진교 기자
  • 승인 2017.08.21 19:5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기보장인가 아니면 '새 술은 새 부대'인가?

최근 사의를 밝힌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

 중국의 장강(長江)은 아시아에서 제일 길다. 청장고원(靑藏高原)에서 발원해 중국의 동해(東海)로 흘러 들어가기까지 무려 6397㎞를 여행한다. 이런 장강과 관련해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라는 말이 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밀 추(推) 대신 재촉할 최(催)를 쓰기도 한다. 뜻은 뒤에 오는 사람이 앞사람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금융권이 인사태풍에 휘말렸다. BNK금융그룹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더니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은 사퇴설이 나왔다.

금융권에선 정찬우 이사장과 김지완 BNK금융 회장 후보(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를 주목한다. 문재인 정부의 향후 인사방향을 알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라는 것이다. 과거 정부 인사에 대한 '물갈이'(정찬우 이사장), 새 정부의 '코드인사'(김지완 후보)라는 상징성을 지닌 까닭이다.

그동안 전·현직 관료들의 연쇄 이동이 예상돼 왔지만 정찬우 이사장과 김지완 후보의 사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정 이사장의 사퇴가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물갈이 신호탄'이라면 전 정권과 가까웠던 인사들 또는 지난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줄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BNK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김 후보의 예상밖 강세가 실제로 새 정부의 '낙하산 시도'라면 예상치 못했던 인사들이 금융권 수장에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에선 정찬우 이사장과 김지완 BNK금융 회장 후보(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를 문재인 정부의 향후 인사 방향을 가늠할 키워드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정부 인사에 대한 '물갈이'(정찬우 이사장), 새 정부의 '코드인사'(김지완 후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최근 "이제 저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한다"고 밝힌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의 서두다.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분 덕분에 큰 대과없이 한국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었다"며 "그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애써주신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뒤 11개월 간 근무했다. 역대 한국거래소 이사장 중 가장 짧은 재직기간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의 사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친박 금융기관장'의 핵심 인물로 분류돼온 때문이다.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근무하며 금융권 실세를 자처해 왔다.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도 정 이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BNK금융 회장 선임도 관심이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인데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본인의 금융권 경력 및 능력과 무관하게 '낙하산'이란 꼬리표가 붙은 상태다. 그가 2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에 올릴 BNK금융 회장 후보로 선출될 경우 금융권에 낙하산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정찬우-김지완. 이들의 인사를 계기로 금융권 수장 물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위 1급직과 산업은행 회장, 공석인 수출입은행장, 금융감독원장 등의 인사가 을지훈련 이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기마다 밀려나는 장강의 앞물결에서 보자면 높은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할 것이다.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원칙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곰씹어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