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청년취업, 2등도 기억하는 호시절 와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청년취업, 2등도 기억하는 호시절 와야
  • 권의종
  • 승인 2017.09.0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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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주의는 열등감의 또 다른 얼굴..청년 일자리 문제는 공공부문-소수 대기업 만으로 해결 안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학교수 연구실은 한산하다. 찾는 이가 많을 리 없다. 이따금씩 들르는 학생들이 전부일 정도다.  반가운 방문자는 취업했다고 인사차 들리는 졸업생이다. 날아갈 듯 기쁘다.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교육자가 아니면 이 맛을 알 리가 없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은 다르다. 출입문 노크 소리가 무섭게 들린다. 휴학이나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방문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시험 준비를 위해, 자격증 취득을 위해, 인턴 경력을 쌓기 위해, 취업 잘되는 학과로 옮겨가기 위해서다. 하나 같이 일자리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더구나 이들의 관심은 온통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의 채용에 쏠려있는 느낌이다.

그렇게까지 표현은 안 했지만, 공공부문 취업에 별 도움이 안 되는 학업은 잠시 미루거나 아예 포기할 수 있다는 게 학생들의 속마음이다. 입사 시험, 자격증, 인턴 경력 등 이른바 취업 3종 세트에 올인하기도 버거운 판에 입사원서에 표기조차 안 되는 대학, 학과, 성적 등을 위해 할애할 여유도 필요도 없다는 계산이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단이라는 최후통첩에 더 이상의 설득은 힘을 잃고 만다.

대학이 일자리 마련을 위한 취업준비 기관은 아니라지만, 이들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조차 못하는 교수의 가슴도 미어진다. 비싼 등록금 내고 받아온 대학교육이 저들의 최대 관심사인 취업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는 현실에서 오는 자괴감이다. 학업에 정진하여 원하는 직장에서 젊은 꿈을 당당히 펼치라던 평소의 격려가 허언이 되는 순간이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급히 손써야 할 곳은 공공부문-대기업 아닌 중견·중소기업 부문

공공부문 취업에 대한 새 정부의 대응은 재빨랐다. 채용 규모나 방식과 관련되는 대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채용규모의 대폭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고용의무비율 상향, 블라인드 전형 도입, 지역인재할당제 시행, 유사기관별 합동채용 등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런 방식들을 대기업 등 민간부문에도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역대 정부에서 느낄 수 없었던 관심과 배려다.

다만 옥의 티랄까. 청년 일자리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경중완급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청년취업을 위해 급히 손써야 할 곳은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에서의 채용방식이 아니다. 이들 직장은 채용방식을 어찌하든 좋은 인재들이 몰리는 곳이다. 구태여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잘 되는 곳이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은 누구나 가고 싶은 꿈의 직장이다. 높은 임금, 안정적 고용, 각종 복리후생이 보장되는 이른바 일류 직장에 가고 싶지 않은 젊은이는 없다.

채용 전형에서 스펙을 보든 가리든 결국에는 실력있는 지원자가 합격하게 마련이다. 채용 방식이나 과정에 변화를 준다고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채용방식의 갑작스런 변경으로 각자 입장과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의 반발이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취업준비생 중에는 명문대, 인기 학과, 자격증 소유 등 ‘고(高)스펙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수는 극히 일부이며, 대다수는 그렇지 못한 경우다. 그렇다고 스펙만보고 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학에 와서 뒤늦게 자기 개발에 힘써 명문대 출신 못지않은 역량을 가진 ‘늦깎이’ 인재들이 전국의 대학들에 즐비하다. 성실하고 온유한 성격에 조직 적응력도 커 기회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능력 발휘가 가능한 ‘활력의 다수(vital majoriy)’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전체 고용의 88%의 비중을 점하는 성장 유망한 중견·중소기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상당수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에 힘들어 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활력의 다수가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이 두어져야 한다. 중소기업 추가채용 장려금, 대학의 일자리지원센터 확충 등의 기존 제도 외에도 급여, 복리후생, 근무여건 등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지원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도 중소기업과 대학생들이 협업을 통해 기업의 인력난과 청년 취업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제도가 있기는 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하는 ‘지역특화 청년무역전문가 양성사업(GTEP)’이다. 지방 대학생들을 글로벌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무역전문인력으로 양성시켜 지역 중소기업의 수출에 물꼬를 터주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는 성공적 제도라는 평가다.

공공부문으로의 인적자원 편중.. 청년실업 해소는 커녕 균형적 경제발전 저해

가정에서도 공부 잘하는 자식만 학교 보내고 이로 인해 다른 형제들의 교육기회가 제한된다면, 가정 전체의 교육수준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같은 이치로, 일류 직장에 한정된 인적자원이 편중된다면 청년 실업해소는커녕 균형적 경제발전은 요원한 일이 된다.

일류가 되려면 전체가 일류가 되어야 한다. 부분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위스나 독일에는 일류 대학이 없는 것은 모든 대학들이 일류인 때문이다. 결국, 청년 일자리 문제는 공공부문이나 소수의 대기업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중견, 중소, 벤처, 스타트업, 대학 등을 아우르는 경제 전체 부문에서의 성과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결과물이다.

사소한 일 같지만 용어 선택에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최고’, ‘일류’, ‘일등’ 등의 단어는 세계화 패러다임에 부적합한 용어들이다. 스스로를 일등, 일류로 평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식이다. 자신이 일등이라 칭해도 남들이 이를 알아주지 않으면 한낱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일등주의는 어찌 보면 열등감의 또 다른 얼굴일 수 있다. 설사 일등이라도 그렇게 표현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명분도, 실익도 없다. 일단 겸손한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경제와 산업 내에서 특히 청년취업에서 2등도 기억되는 호시절을 소망해 본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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