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고령화 시대 - 실버산업이 오히려 신(新)성장 비즈니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고령화 시대 - 실버산업이 오히려 신(新)성장 비즈니스
  • 권의종
  • 승인 2017.09.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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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고령사회 2026년 도래할 듯..토요타-로레알 모델로 돈 벌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30년 전 네덜란드에 머문 적이 있다. 처음 접하는 유럽의 문물은 수줍은 동양인에게 생소하고 기이했다. 문화적 차이였다.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젊은이들의 진한 애정표현이나 스헤베닝엔 해변에서 만난 누디스트들의 적나라한 모습은 목불인견이었다. 왜 하필 여성 속옷을 기차역 자판기에서 파는 지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기차에는 승차권을 확인하는 검표원이 없었다. 트램을 탈 때도 목적지 구간에 맞춰 승객이 알아서 티켓을 개찰기에 접어 넣으면 그만이었다. 3구간을 가면서 1구간만큼만 접어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불심검문에 걸리면 20배 벌금이 부과되는 걸 나중에야 알았지만.

공감하기 힘든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인구감소가 네덜란드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는 점이었다. 기하급수적 인구증가가 거스를 수 없는 자연법칙이라는 맬서스 인구론을 바이블처럼 신봉했던 개발도상국에게는 ‘배부른 고민’처럼 보였다.

“우리도 인구 걱정이 없던 나라였다. 1970년대 들어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국도 20년 안에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부터 서둘러 대비해야할 것이다” 따끔한 타이름이었다.

‘한국도 20년 내에 인구감소 문제에 직면할 것’..  30년 전 네덜란드 예상 적중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가족계획을 시대적 소명으로 여기고 있었다. 예비군교육장마다 훈련 면제를 미끼로 남성의 생식 기능을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 셋째를 출산한 산모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퉁퉁 부은 몸을 이끌고 조기 퇴원에 나서야 했다. 가족수당은 언감생심이었다. 세 자녀와의 외출 길에는 영업용 택시마저 멈추지 않았다. 다자녀 부모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측은지심은 욕설보다 더한 박해였다.

인구정책 표어는 더욱 가관이었다. 1970년대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가  국민적 구호였다. 1980년대 들어서는 “둘도 많다. 하나 낳고 알뜰살뜰”로 슬그머니 바뀐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표어 내용이 돌변한다. “가가호호 아이 둘셋, 하하호호 희망 한국”으로 황급한 유턴이 시도된다. 10년 앞도 못 내다본 근시 행정. 백번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결국 네덜란드의 예상은 적중했다. 네덜란드보다 20년 뒤 한국도 인구감소를 피해갈 수 없었다. 다만 네덜란드와 한국이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일찍 알아차려 대비한 반면, 후자는 뒤늦게 알아 대책 마련에 실기했다는 사실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 실버산업에 눈 돌리는 기업들 없어

실기(失機)는 정부만 하는 게 아닌 듯하다. 기회에 둔감한 것은 기업들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음에도 인구감소를 위기로만 바라본다. 이면에 가려있는 고령화가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고령화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공식 진입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지 17년 만의 일이다. 프랑스 115년, 미국 73년, 일본 24년이 걸렸던 진입기간을 최단기로 주파한 신기록이다.

전체 인구의 20%가 고령자인 초고령사회도 9년 후인 2026년에 도래할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상이다. 의학 발달로 고령자 수명이 늘어나고 신생아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베이비부머의 노인인구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의 속도에 비해 실버산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세계 실버산업의 규모가 2020년 15조 달러로 추정되는 유망산업임에도 국내 기업의 64.6%는 실버산업에 진출할 계획조차 없다는 게 대한상의의 조사결과다. 실버산업은 의약품, 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생활용품, 금융, 요양, 주거, 여가 등 다양한 산업을 총망라하는 광범위한 신(新)산업군이다.

고령층은 높은 소비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EU 등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고령층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를 출시하는 토요타나, 노인 세대에 특화된 화장품을 생산하는 로레알 등의 사례는 실버산업이 돈줄이라는 확실한 반증이다.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유망 실버기업을 찾아 우리나라를 방문하지만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만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에서 실버산업을 성장의 기회로 삼으려는 기업이 전무하다시피 한 특이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고령화는 국가나 사회적으로 부담일 수 있으나, 기업에게는 축복일 수 있다. 기회를 선점한 몇몇 기업이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승자독식의 산업생태계에서 실기한 기업에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맬서스가 그토록 걱정했던 빈곤 뿐이다. 고령화를 기회로 살리지 못해 지난 날을 반성하는 ‘징비록’ 쓰는 일은 정녕 없어야 겠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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