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다문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다문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 권의종
  • 승인 2017.09.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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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학에 다문화 교육 지원사업 지정하고, 특례 입학 등 행정적-재정적 지원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나는 왜 다를까?” 다문화 2세가 느끼는 절망감이다.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 다들 안 좋게 보는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주목 받는 게 싫다. 자신감이 없다. 이름이 있는데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으로 부른다. ‘다문화’ 단어와 이름을 함께 호칭하는 경우도 흔하다. 앞에 세워놓고 “외국 말을 해보라‘는 어른도 있다.

친구와의 다툼은 으레 “너희 나라로 가라”라는 말로 끝이 난다. ‘너희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우리도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적도 취향도 입맛도 영락없는 한국 사람을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쯤으로 하대한다. 피부색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겉돈다. 학업 부적응과 경제적 이유로 자퇴하는 일이 비일비재이다. 졸업을 한다 해도 대학갈 형편이 못된다. 15세 이상 자녀 중 NEET(비재학·비취업) 비율이 18%나 될 정도로 학업성취도가 저조하다. 그럴수록 상급학교 진학, 진로상담, 진로교육에 대한 목마름은 더하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역사는 20년이 넘는다. 1990년대 중반 20대 동남아 여성과 40대 한국 남성의 결혼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결혼한 부부는 이제 남성은 60대, 여성은 40대를 훌쩍 넘어섰다. 2세들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군에 입대할 나이가 되었다. 그 사이 상당수 가정들이 이혼과 빈곤으로 붕괴되어 자녀를 돌보기 어려워졌다. 혼인지속 기간이 9.77년에 불과하고, 결혼하고 5년도 안되어 가족이 해체된 경우도 29.6%나 되었다.

성인의 문턱을 넘어서는 다문화 2세들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언제 어디서 무슨 일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다급해지는 이유다.

“우리도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국가 차원의 정책적 배려 시급

2015년 기준 16~18세의 다문화 자녀는 1만4881명에 이르렀다. 고등학생 자녀수만도 1만57명으로 4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상황의 심각성은 2015년 여성가족부의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문화 자녀의 희망교육 수준은 4년제 이상 대학이 52.3%를 차지하고, 4년제 미만 대학과 석박사를 포함한 고등교육 희망자는 89.7%에 달한다. 높은 교육 수요에 비해 현실은 정반대다. 다문화 자녀와 국민 전체의 취학률은 초등학교에서는 0.9% 차이에 그치나, 고등교육기관에서는 14.9%로 그 격차가 심화된다.

대학 진학을 앞둔 다문화 2세에 대한 진학과 취업 대책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증거다. 대학의 문턱을 낮추고, 자립과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여 진학과 취업의 길을 넓히는 일이 다급한 현안으로 대두된다.

다문화 2세의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고 이들의 성장배경과 성장주기에 적합한 맞춤형 고등교육을 담당할 주체로 대학만한 적임이 없다. 사회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높이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성, 정체성, 리더십 확립을 위한 다문화 2세 교육에서 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커지고 있다.

대학, 다문화 자녀 사회적 관계개선 적임자..특성화한 교육시스템 서둘러 가동돼야 

대학에서 특성화된 다문화 교육시스템이 서둘러 가동되어야 한다. 당장 다문화 2세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언어, 수리, 외국어 등에 대한 기초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뒤떨어진 학업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중고교에서 다문화 학생에 대한 교육이 자원봉사 등 사회적 프로그램에 의지하는 측면이 크다보니 수학 능력이 뒤지는 다문화 2세들이 적지 않다. 맞춤법 틀림은 예사이고 간단한 계산조차 힘들어한다.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교육도 절실하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겪은 다문화 2세들이 대학생활에서의 어울림을 통해 교류하고 관계하는 자세와 방법을 익힐 수 있어야 한다. 멘토링과 상처치유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는 한편, 일반 학생들이 다문화 2세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성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잘해 주는 게 아니라, 똑같이 대해 주는 것’이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문화임을 일깨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무 중심의 전공 교육을 통해 향후 진로를 준비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요구된다. 창업교육, 진로체험교육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처리 능력도 길러줘야 한다. 부모로부터 습득한 외국어 능력이나 각국의 문화를 활용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컨설팅도 필요하다. 일반 학생들이 외면하는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취업과 구인난이 동시에 해결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대학에서의 교육비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해당되어 국가장학금으로 학비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다. 기숙사 비용을 대학이 부담할 경우 경제적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 정부는 이들 대학에 다문화 교육을 정부지원사업으로 지정하고, 특례 입학, 구조개혁평가 우대 등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문화 문제는 ‘양날의 칼’과 같다. 방치하면 엄청난 우환질고로 번질 수 있지만, 잘만 관리하면 사회의 자산이 되고 국가경쟁력이 될 수 있다. 칼의 용도에 대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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