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해운물류산업, 상생의 고육지책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해운물류산업, 상생의 고육지책
  • 권의종
  • 승인 2017.09.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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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물류사, 2자 물류 중 일정 부문 중소 물류사에 양보하는 지혜가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물류 대전(大戰)이 발발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에 속하는 물류사업자 즉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가 그룹 내 계열사의 물류, 즉 2자 물류만 취급하고, 일반 화주의 물류, 3자 물류를 금지하는 해운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촉발된 싸움이다. 다툼의 실마리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서 비롯되었다.

2000년 이전만 하더라도 해운물류는 화주가 해운사에 화물을 위탁하여 선박으로 운송하는 구조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기업이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여 2차 물류를 추진하면서 3자 물류 화주의 일감까지 저가로 쓸어 담는 형식으로 변질되었다. 지난 해 국내 8대 재벌기업 물류사들이 처리한 수출 물동량은 전체 물량의 약 80%를 차지했다. 글로벌 포워더의 물량까지 합치면 90%를 웃돌 것이라는 추산이다.

나머지 10%도 안 되는 물량을 4천여 중소 물류사들이 나눠 먹는 현실이다. 적은 물량에 많은 물류사들이 매달리다보니 물류시장 질서가 어지럽혀지고 중소 물류사의 매출이나 수익성이 극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

해운사에 대한 대기업 물류사의 횡포 또한 지나치다는 여론이다. 원가 이하의 운임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갑질'을 일삼아 왔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대규모 물량으로 무장한 대기업 물류사 앞에 해운사들은 고양이 앞의 쥐 신세다. 당할 수밖에 없다. 해운운임지수 하락으로 가뜩이나 고전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운임인하 요구는 감내할 수준을 넘은지 벌써 오래다.

대기업 물류사들이 지난 15년 간 72배나 급성장한 반면, 해운사들은 2.3배 성장에 그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개선은커녕 더욱 심화되는 추세에 있다. 법 개정을 들고 나온 이유들이다.

현상을 방치할 수도,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도 없는 진퇴양난

법 개정에 따른 예상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당장 대기업 물류사의 반발이 거세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그간 해외투자를 늘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3자 물류를 키워왔는데 이제 와서 이를 포기하고 계열사의 2자 물류만 취급하라는 요구는 어불성설이라는 볼멘소리다. 세계적인 물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토해양부의 정책이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방향과도 엇박자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물류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자본력이나 해외 네트워크가 취약한 중소 물류사가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국계 물류사들만 배불릴 수 있는 역차별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화주의 물류사 선택권이 제한되어 물류비용이 오르고 국내 물류산업이 무너지는 불길한 시나리오도 신경이 쓰인다.

개정안 내용이 자율시장 경쟁에 위배되는 위헌의 소지가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골목상권 보장이나 전통시장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강제휴무제 등 경제민주화를 위한 제도가 시행 중인 점을 들어 위헌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선박을 거느린 해운사를 골목상권의 영세 상인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에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가 구축해온 물류운영 노하우, 네트워크 등도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판토스와 CJ대한통운은 각각 해외에 350개, 15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했다는 소문이다.

개정안에는 해상운송·통관·보세운송 등 국제물류주선 서비스는 제한하고 보관·운송 등 국내물류 서비스만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대기업 물류사들이 화주에게 원스톱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는 것도 문제다. 일괄서비스가 요체인 복합물류에서 물류 흐름의 단절은 곧 거래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류는 자연하천처럼 흐르고..해외시장에 눈 돌려 ‘한국형 DHL’로 커나가야

현상을 방치할 수도 그렇다고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 지금의 상황이다. 문제는 심각한데 답이 안 보인다. 속담에 광에서 인심난다 했다. 해운과 물류 산업이, 물류산업 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공영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여유 있는 대기업 물류사의 ‘통큰’ 양보가 긴요하다. 대기업 물류사가 그룹물량의 일정부분, 예를 들어 50%까지만 취급하고 잔여 물량을 중소 물류업체들의 몫으로 시장에 내놓고, 대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한국형 DHL’로 커나가는 방안이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의 밥그릇 싸움보다는 광활한 지구촌 시장에서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것만큼 나은 해법이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 그룹 물량의 배분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경우를 벤치마킹하여 관련 산업과 동반성장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다. 만의 하나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경우 그때 가서 관련법 개정을 통해 법적 구속력을 강제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시장에서 공정거래 질서가 살아나고 3자 물류가 활성화될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 등 그간 대기업 물류사에 쏟아졌던 비난도 사라질 수 있다. 대기업 물류사가 취급하는 물동량 감소에 따라 해운사에 대한 운임후려치기 관행 또한 고쳐질 수 있을 것이다. 물류는 자연하천처럼 흘러야 한다. 인위적으로 물길을 막거나 돌리면 수질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폐해가 뒤따른다. 지난날 4대강사업처럼 두고두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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