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의 집단소비자분쟁조정이 소비자를 구제하는데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에 많은 소비자와 사업자간에 발생한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지난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10년 남짓 지난 현재까지 소비자구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집단분쟁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4년 동안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접수받아 개시여부를 결정하는데 평균 301.2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자기본법은 집단소송을 신속히 조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집단분쟁조정이 접수되고 그 절차가 개시되면 30일 이내에 조정절차를 모두 끝내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조정위원회가 개시여부를 결정하는데 이같이 장시간이 소요되고 있어 법 취지가 무색한 실정이다.
최운열 의원은 “소비자원의 미진한 분쟁조정 처리 절차는 또 다른 소비자 피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의 조정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이 막히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예컨대 지난 2014년 7월 KT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분쟁조정은 신청 이후 약 2년 4개월(872일)이 지나서야 불(不)개시 결정되었고, 2014년 3월 한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분양 허위광고에 관한 건은 636일이 지난 뒤 역시 불(不)개시 결정되었으며, 2013년 5월 CJ CGV의 영화관 멤버십 포인트 소멸 건 역시 552일이 지난 뒤 불(不)개시 결정되어 관련 절차가 종료되었다.
분쟁조정을 신청 받은 소비자원은 해당 사건이 행정과 민사소송이 제기된 경우에는 소송 동향 파악 그리고 현장조사, 관계부처 및 전문가 자문 의뢰 등의 이유로 결정하기까지 장기간 소요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최운열 의원은 “소송과 연관 지어 조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분쟁조정제도의 존재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자칫 집단분쟁조정이 신청되는 순간 해당 기업들은 민사나 행정 소송 등을 제기해 분쟁조정을 무마시키는 것이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