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 "이제는 말해야 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제는 말해야 한다"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10.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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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회' 그림자가 '금융적폐'...2014년 이순우 행장 연임포기 후 취임 배경부터 설명해야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는 없다. 최순실-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6국장으로 연결되는 ‘국정농단 3각 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난 16일 금융권에 조용한 ‘소용돌이’가 일었다.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내용 가운데 추 전 국장이 2016년 6월 말 소속 처장에게 우리은행장 비리 첩보를 수집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새삼 확인됐기 때문이다.

추 전 국장은 이를 부하 직원들로부터 2차례에 걸쳐 관련 첩보를 보고받은 뒤 8월12일 우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최순실이 2016년 7월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은행장 인사청탁 관련 문건이 발견된 점에 비추어 최순실 등이 새로운 행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당시 우리은행장 연임을 저지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최씨→우 전 수석→추 전 국장 지시를 거쳐 우리은행장 사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애초 해당 문제가 불거진 것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가 한창인 지난 2월이었다. 인사청탁 내용을 담은 ‘최순실 포스트잇’에 우리은행이 등장하면서 우리은행이 잔뜩 긴장한 시점이다.

지난 해 7월 최순실씨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앞으로 경찰청장, 우리은행장, KT&G 사장 후보로 10여명의 명단을 포스트잇에 적어 보냈다는 내용이다. 이 보도가 나오자 이광구 현 우리은행장은 자신이 아니라며 적극 해명에 나선 바 있다.

우리은행은 당시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인사청탁 파일이 작성됐다는 지난 해 7월은 행장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아 있는 시점이었다”면서 “(차기 행장을 노리던) 일부 내부 인사들이 비선 라인을 통해 인사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인사청탁 시도와는 무관하게 현직 은행장이 민간 주주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민선 1기 행장으로 선임됐다”고 주장했다.

포스트잇에 등장하는 우리은행장은 자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행장은 2014년 취임 때 이미 인사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지난해 민정수석실에 또다시 이력서를 제출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도 자연히 이 인물이 누구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요한 것은 현 이광구 행장이 박근혜 정부 때 금융권에서 막강한 실력을 행사했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회)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서금회 논란은 지난 2014년 12월부터 시작된다. 당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돌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을 둘러싼 관치금융 논란이 한층 더 증폭된 탓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서금회 출신 인사가 이미 행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최근 금융권에서 돌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갑자기 바뀌었다.

당시에는 실제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이 서강대 출신이었다. 더구나 홍 회장과 정 사장은 민간 금융사 CEO 출신도 아닌 학계 출신이었다. 서강대 출신인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사장 자리를 꿰차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던 시점이었다.

비록 이광구 행장이 이번 국정원 개혁위가 발표한 2016년 우리은행장 사찰 건과 직접 관련이 없을 지는 모르지만 이 소식을 접하는 서민들의 시각에선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서금회가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금융권을 사실상 쥐락펴락한 탓이다.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을 뒤에 두고 ‘호가호위’하면서 각종 이권을 챙긴 것이 국정농단이라면 이 시절 서금회의 금융권 요직 장악을 과연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작년에 행장공모가 끝난 우리은행은 지금 모든 역량을 민영화 조기 안착에 쏟고 있다. 조만간 우리금융지주체제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 안팎은 어수선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7일 확보해 공개한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문건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해 신입직원 공채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 금융감독원 직원, 주요 인물(VIP) 고객 등의 자녀·친인척을 추천받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건에는 금감원 부원장보 요청으로 적힌 인물, 국정원 자녀, 전 행장 지인의 자녀 등의 이름이 망라돼 있다. 한마디로 현 이광구 행장의 사원채용 등 인사관리가 엉망이었다는 얘기다. 추천명단에 포함돼 최종합격한 한 인사는 채용 이후 일과시간 무단이탈 등의 이유로 사내 인재개발부의 특이사항 보고에도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광구 행장이 외부압력에 밀려 무자격자들을 엉터리로 채용한 뒤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보면 이 땅의 흙수저들은 처참한 현실에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당국은 은행권의 채용 과정을 조사하고, 비리가 발견되면 검찰에도 수사의뢰를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금 우리은행은 수그러들지 않는 사찰논란과 특혜채용 문제로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 정부가 강조하는 '금융적폐 해소'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묵은 폐단과 쌓인 모순이 바로 적폐다. 그렇다면 이광구 행장은 이제라도 연임이 예상됐던 이순우 행장이 돌연 퇴진했던 3년 전 상황부터 자신있게 설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서금회가 아닌 실력으로 행장이 됐다는 증거를 낱낱이 제시해야 한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란 말이 있다. 오해받을 만한 행동에 대한 선인들의 경고다.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얘기다. 세상을 사는 행동요령에 대한 주의사항을 말한다. 많은 금융권인사들이 우리은행의 특혜채용 그리고 행장 사찰문제의 단초가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됐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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