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국정감사, 싸우라고 만들어준 무대 아니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국정감사, 싸우라고 만들어준 무대 아니다
  • 권의종
  • 승인 2017.10.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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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점검으로 국감의 품질 제고에 역량 집중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2017년 국정감사가 지난 12일 시작되어 오는 31일까지 20일간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 만에 치러지는 첫 국감인 만큼 국민적 기대가 남다르다.

국정감사 제도는 우여곡절을 겪고 오늘에 이르렀다. 제헌 헌법부터 제3공화국까지는 헌법에서 의회의 국정감사권을 규정했다. 제4공화국 시절에는 국정감사권이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5공화국 헌법에서는 특정한 국정사안에 관해서 조사할 수 있는 국정조사권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에서 국정감사권으로 부활되었다.

올해 국감은 과거에 비해 일단 질적으로 성숙된 모습이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려는 ‘기록남기기’ 질문이나 질타성 추궁은 상당부분 사라진 분위기다. 쟁점 사안에 대한 실증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대안제시형 비판에 주력하는 자세가 자주 눈에 띈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겉으로 들어난 피상적 모습의 일부에 불과하다. 바꾸고 손봐야 할 곳이 한 둘이 아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가 정쟁의 무대로 변질된 지 벌써 오래다. 이번 국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신구 정치세력 간에 벌이는 '적폐청산-정치보복'의 공방이 갈수록 확전 양상이다. 국감을 소모적 정치투쟁의 무대로 삼으려는 시도는 국감의 본질을 훼손하는 처사다. 싸움이나 벌이라고 만들어준 국감이 아니다. 3백명의 '전문 싸움꾼'들을 먹여 살릴 정도로 나라 살림이 여유롭지 못하다.

적폐청산의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사안이 못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대해 벌이는 감사활동이다. 여기서 말하는 행정부는 현재의 정부를 뜻한다. 지난 정부가 저지른 적폐는 이번 국정감사의 의제가 될 수 없다. 더구나 범죄 의혹이 다분한 적폐에 대한 조사는 사정기관에서 담당하는 게 맞다. 입법부가 나설 입장도 해야 할 일도 아니다.

적폐청산 문제, 국정감사에서 다룰 사안 못 돼..사정기관서 담당해야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행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국감에서 여야가 따로 일 수 없다. 감사원이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 대한 회계감사와 직무감찰 기능을 담당하고, 피감기관들 내부적으로도 감사시스템의 작동하는 상황에서 국회는 삼권분립의 취지와 국민 대표기구의 특성에 걸맞은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행정부의 정책수립과 집행상의 부당, 위법, 미진한 부분을 지적, 바람직한 국정수행의 좌표를 도출하는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여야가 함께 수행해야 한다. 여당이라고 해서 정부를 무조건 감싸거나, 야당이라고 무작정 비판하는 것은 국민적 공동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국회의 책무를 저버리는 행태다.

국감에서 소관 부처나 기관이 담당하는 모든 업무를 경중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다루는 일은 삼가야 한다. 한정된 시간과 인력을 감안하여 주요 국책사업이나 쟁점 사안에 집중하면서 의원별로 업무를 분장하고 협력하는 팀플레이로 효율을 높여야 한다. 지엽적인 사안까지 국감에서 건드릴 경우 지나친 간섭이 되어 공무원의 무사안일을 조장할 수 있다. 집행과정에서 유연성이 떨어져 적극적인 공무수행을 방해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

증인 채택을 두고 벌이는 여야 간의 기싸움도 보기흉한 구태다. 증인을 마구잡이로 불러들이고 출석 여부를 따지며 의사일정을 허비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고함과 호통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은 국회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자해행위다.

자료 요청을 남발하는 습성도 고쳐져야 한다. 자료를 잔뜩 요청해놓고 질의는커녕 거들떠보지 조차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정감사 자료준비와 답변자료 작성에 몇 달씩 매달려야하는 피감기관의 인적·물적 낭비에는 관심 밖인 듯한 의원들의 표정에 분노가 치민다.

감사에 따른 시정의견 및 개선사항 문서화하고, 그 과정-결과 공시해야

한 날에 여러 피감기관들을 상대할 경우 심도 있는 감사 진행이 어렵다. 국감대상을 주요 기관으로 한정하거나 기관별 격년제 운용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국감현장에서 발언을 끝낸 의원이 정작 답변시간에는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의원들 질의시간에는 감사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례도 근절됨이 마땅하다.

피감기관들의 행태에도 시정되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뿐더러, 의원실로 찾아가 “질의를 하지 말아 달라”며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보도다. 의원들이 할 질의서를 써다주고 이대로 질의해 달라는 요구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감사 결과 시정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를 문서화하고 그 내용을 공시할 필요가 크다. 국감이 매년 일과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 도출된 시정 의견이나 개선 사항을 상임위별·기관별로 문서화하고 사후 점검하는 기능을 강화해야한다. 여기에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국회와 해당기관의 홈페이지에 공시함으로써 감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국감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정부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점검을 통해 국감의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세계 유일의 국정감사권을 맡겨준 국민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보답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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