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들의 '자중지란'
모피아들의 '자중지란'
  • 손진주 기자
  • 승인 2017.10.3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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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놓고 자기들끼리 치고받기..자중자애해야

왕을 보내달라고 하루 종일 시끄럽게 개골개골 울어대는 개구리들, 자기 발보다도 작은 생쥐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게 되는 사자, 어떻게 하면 양을 손쉽게 잡아먹을까 궁리하는 게으른 늑대, 서로 힘을 합치기보다는 늘 자기만 잘났다고 싸우는 삼 형제 등등.

이솝우화에 나오는 동물들 얘기다. 요즘 금융회사들의 이익단체인 각종 금융협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모피아(재무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들의 행동을 보면 어찌 그렇게 이솝우화에 나오는 동물들을 꼭 빼닮았는지 모르겠다. 서로가 각축전을 벌이다 못해 같은 편끼리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는 탓이다.

현재 모피아들이 표적으로 삼는 대표적 노른자위 자리는 각종 금융협회장이다. 현재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5대 금융협회장을 모두 민간 출신이 맡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후 모피아 출신들이 다시 협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미 자리를 선점한 모피아들도 있다. 손보협회는 31일 총회를 열고 김용덕 전 금감위원장을새 회장으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손보협회는 과거에는 관 출신인사가 회장직을 맡아왔지만, 관료 출신 협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민간 출신인 장남식 회장이 맡아왔다. 이것을 다시 모피아 출신 회장으로 환원한 것이다.

은핸연합회 차기 회장 인선은 이사회 참여 은행장들이 추천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누가 유력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관료출신 회장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생명보험협회도 다음 달 중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전망이다. 현 이수창 회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7일로 만료되는 만큼, 그 이전에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는 구상이다. 생보협회 역시 손보협회와 마찬가지로 관료 출신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업계에서 관청과의 교량역을 할 수 있는 모피아출신들을 선호한다는 점을 들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숨죽이고 엎드려 있던 '모피아'출신 전직 관료들이 대거 출사표를 내고 뛰기 시작한 점이다. 이들은 금융권 노른자위 자리를 노리다가 이제는 모피아 자기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장막 뒤에서 후보를 내정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모피아 출신들이 '때는 이때다'고 판단하고 각개약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10~20년 전 장관까지 지낸 거물급 경제관료의 잇단 현업 복귀 움직임을 바라보는 관가의 시선은 따갑다. 10년 만에 진보 정권이 들어선 만큼 옛 경제관료들의 복귀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장관급 인사가 나설 자리는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더군다나 손해보험협회와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회가 주요 정책 이행방안을 두고 협의해야 할 상대다. 과거 상사로 모신 선배 관료가 협회장을 맡게 되면 현직 후배 관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예전 모피아들 사이에선 은퇴 후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는 자리엔 가지 않는다는 그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지금 장관보다 한참 선배인 분들이 꼭 협회장을 맡아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모피아는 모피아 나름대로 이 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있고, 권위와 체면도 있다. 모피아집단이 금융협회장 자리를 꿰차려고 이제 민간출신들을 체치고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이것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동물들과 다름이 없다. 부디 지금이라도 모피아들이 체통을 지키고 자중자애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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