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만 6번째 압수수색…금융권 "나 떨고있니?" 사정한파
올 들어서만 6번째 압수수색…금융권 "나 떨고있니?" 사정한파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7.11.0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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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KB금융 압수수색..8월 DGB금융 비자금 이어 10월엔 우리은행 채용비리

 금융계가 ‘사정한파’에 떨고 있다. 검경 수사의 다음 칼끝이 어디로 향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사의를 발표한지 하루 만에 KB국민은행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금융사 지배구조가 줄줄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검경 수사를 받고 있는 금융회사는 금융감독원을 포함해 모두 6곳이다. 시작은 지방 금융그룹이었다. 지난 3월부터 주가 조작 혐의로 BNK금융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성세환 BNK금융 회장을 4월 구속했다. 이어 8월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내사에 착수했다. 9월에는 박 회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10월 박 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의 설문조사와 관련해 '사측이 개입했다'는 KB노협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노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은행 HR본부장 집무실 등이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아울러 경찰은 고발인인 노조 측 인사를 불러 조사를 마쳤으며 조만간 피고발인 측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KB노협은 지난 9월 5~6일 노조의 온라인 설문조사 당시 회사 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 마지막 날 사측이 본점 직원들을 동원해 수천건 이상의 '찬성' 응답을 반복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KB노협은 "설문조사 마감을 앞둔 6일 오후 3시부터 17개 IP(인터넷주소)에서 4000여개 이상의 설문 답변이 이뤄졌다"며 "심지어 한 대의 기기에서 551회의 설문에 반복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달 13일 KB노협은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윤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반면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노조 측이 주장하는 회사 차원의 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노조의 온라인 설문조사가 인터넷 링크 주소만 알면 조합원 인증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허술한 시스템이었다고도 비판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압수수색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다. 특히 전날 우리은행장이 돌연 사임을 발표한 데 이어 하루 만에 KB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금융권 사정 대상에 포함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노조 출신 인사들이 장관급을 비롯해 요직에 포진하는 등 정부의 친노동 성향이 짙은 만큼 노사갈등에 따른 경찰 수사가 KB금융 최고위층까지 겨눌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HR부문장에 그쳤고 행장실은 빠진 만큼 윤종규 회장에게까지 미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다음 타깃이 하나금융이 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최순실 씨와 친분이 있는 인사를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KEB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 등 세 계열사 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김정태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하는 공동시위를 벌이고 있다.

검경의 잇단 금융계 수사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선 ‘이전 정부 관련 인사 몰아내기’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겉보기엔 채용 비리,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각기 다른 수사지만 새 정부 출범 넉 달 새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뒷배경에 ‘금융계 물갈이’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은행 임원은 “지금 금융계는 사실상 사정 정국이어서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대다수 은행원이 숨죽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사정'의 범위가 확산되면서 주요 CEO(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이 '상품권 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금감원 채용비리 연루로 압수수색을 당한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도 향후 거취가 불안한 CEO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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