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은행연합회장 인선, 은행장들의 '금융식민주의' 근성이 문제"
"새 은행연합회장 인선, 은행장들의 '금융식민주의' 근성이 문제"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7.11.0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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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후보추천 이사회 앞두고 홍재형 전 부총리 사의..전문가들 "'모피아=대관 로비스트' 등식 버려야"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과 관련해 ‘모피아(옛 재무부와 모피아의 합성어)’출신들이 서로 자기가 먼저라며 과당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회장후보를 추천하는 현직 은행장들이 말로는 '민간자율'을 외치면서도 관치금융의 폐습에 물들어 모피아출신 은행연합회장을 선호하는 등 여전히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익단체인 은행연협회의 입장에서 모피아 출신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현직 관료들을 향한 대관 로비스트로 활용하기가 용이한 탓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현직 은행장들이 스스로 모피아출신 은행연합회장을 옹립하려는 시도가 사실상 '금융신탁통치'를 자초하는 꼴이라며 내부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 이익단체인 금융협회장에 민간출신 무용론이 확산하면서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모피아 출신을 선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여상에서 '금융과 함께 크는 꿈'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고령의 전직 관료들이 은행연합회장을 맡아 금융권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지면서 한때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했던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는사실상 지원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다음주 15일을 전후해 열릴 예정인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어떤 후보들이 추천될지 관심이 쏠린다.

은행연합회, 내주 중반 이사회 열고 차기 회장 후보 추천..3~4명 압축 후 최종 선정 

은행연합회는 다음 주 중반께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받는다. 이후 예정된 이사회에서 후보검증 등을 거쳐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한 뒤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달 27일 정기 이사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전에 차기 회장 후보 추천과 관련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다음 주 이사회에서는 후보를 추천받고 (후보자들에 대한) 의견만 나눌 예정"이라며 "추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숏리스트(압축후보군)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금융권에선 홍재형 전 부총리가 차기 회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특히 손해보험협회장에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선임되면서 홍 전 부총리의 금융권 복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또 관료 출신이 차기 회장을 맡는다면 손해보험협회장보다 급이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과거 관료출신이 금융협회장을 했던 시기에는 금융협회 규모에 따라 전직 직위의 순위를 지키는 관행이 지켜졌다.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등 관료출신 인사들도 세평에 올랐지만 홍 전 부총리와 비교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 전 부총리 다른 요직으로 방향 바꾼 듯..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카드 다시 급부상

그러나 최근 차기 회장 후보로 급부상하던 전직 관료들에게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지난 달 열렸던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이후 '고령의 전직 관료'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홍 전 부총리는 은행연합회장을 포기하고 다른 요직으로 전략 방향을 바꿨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민간출신 대표주자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새 은행연합회장의 유력한 후보로 다시 급부상 중이다. 이어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등 민간출신 인사들이 다시 유력 주자로 다시 떠오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전직 관료출신 인사들이 지원 의사를 철회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차기 회장 인선과 관련해 멈칫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더라도 관치금융에 물들어온 현직 은행장들이 앞장서서 정부와 청와대의 하명을 바라다보는 눈치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은 은행연합회의 몫"이라고 밝혔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은행장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은행권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민간금융협회 인사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으나 은행장들이 혹시라도 관의 뜻을 거스를 경우 어떤 험한 꼴을 볼 지를 알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추천권 가진 은행장들 '우왕좌왕'.."새 회장이 대관 로비스트 역할 맡아달라" 희망 

문제는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과 관련해 기류의 변화가 감지되면서 금융권에선 후보추천권을 가진 은행장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이들 은행장들은 은행권과 관청과의 교량역을 할 수 있는 모피아출신들이 필요하다면서 내놓고 새 은행연합회장이 대관 로비스트 역할을 맡아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낌새를 알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숨죽이고 엎드려 있던 '모피아'출신 전직 관료들이 대거 출사표를 내고 뛰기 시작한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금융권 노른자위 자리를 노리다가 이제는 모피아 자기들끼리 자리를 차지하려고 서로 치고받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직 금융기관장들이 모피아 출신들을 선호하는 것은 꼭 은행연합회장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손보협회는 지난 달 말 김용덕 전 금감위원장을 새 회장으로 선임했다. 손보협회는 과거에는 관 출신인사가 회장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관료출신 협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민간 출신인 장남식 회장이 맡아왔다. 이것을 다시 모피아 출신 회장으로 환원한 것이다. 민간출신 회장을 영입한 결과 관청과의 협력관계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협회업무를 위해서는 어설픈 민간출신보다는 확실한 모피아출신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현재 모피아들이 표적으로 다른 대표적 노른자위 자리는 생명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다른 금융협회장도 남아있다. 협회회원들이 모피아출신을 선호하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 출범후 엎드려 있던 모피아 출신들이 다시 협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

현 정부와 '코드'맞는 인사 나올까..."금융권서 맹목적 '모피아 선호' 인식 버려야"

새 후보를 추천할 은행연합회 다음 주 이사회에서 현직 은행장들이 어떤 인사들을 추천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관료출신 인사는 아니더라도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선임시키기 위해 정부나 정치권에서 물밑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코드인사가 확산되고 있는 사실을 적시하며 현재와 같은 ‘관치금융’ 분위기라면 은행장들이 소신껏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마무리 민간자율을 외쳐도 결국 청와대 눈치를 보는 풍토가 편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금융연합회장 선출에 임하는 현직 은행장들이 먼저 발상과 인식을 전환해 맹목적으로 모피아출신을 선호하는 ’금융식민주의 근성‘을 버려야 진정한 민간자율 금융환경이 되살아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은행연합회 정관은 22개 회원사 은행장으로 구성된 사원총회가 차기 회장을 추대하게 돼 있다. 통상 총회가 열리기 전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지방은행 대표 10인 이내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 사실상 은행협회장이 내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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