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과 ‘공영방송 장악’
문재인 정권과 ‘공영방송 장악’
  • 김강정
  • 승인 2017.11.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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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정 칼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KBS와 MBC를 ‘언론적폐’로 규정하고 사장과 이사진 퇴진 운동을 추진하자는 내부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문건은 지난 8월 25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을 앞두고 관련 의원들에게 배포됐다. 여당이 직접 나서면 ‘언론탄압’이라는 역공을 받을 수 있다면서 방송사 구성원 중심의 사장, 이사진 퇴진 운동 방안을 제시했다. 또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의 경영진 퇴진 운동과 촛불집회 개최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마치 ‘비밀결사(結社) 행동지침’ 같다.

야권은 "교묘하고도 비열한 공영방송 장악 플랜"이라는 비난과 함께 국회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건이 실무자 개인의 의견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덮으려 한다.

KBS와 MBC의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는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이미 파업에 들어갔다. 심지어 이사들의 직장까지 찾아가 행패도 부린다. 일부 언론학자와 시민단체들도 힘을 보탠다. 집권당의 공영방송 장악 로드맵대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에 대한 KBS와 MBC 언론노조의 행태는 엄청난 충격이다. 정치권력의 노골적인 언론장악 기도가 드러났는데도 침묵한다. 아니 차라리 권력의 하수인 같다. 이들이 과연 권력을 감시한다는 민주언론 수호 집단인가. 공영방송 언론노조가 정치권력의 홍위병으로 전락했다는 치욕적인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공영방송 적폐’가 무엇인가. 방송을 정치권력의 나팔수로 만드는 것이다. 누구 짓인가. 정치권력과 일부 공영방송 지휘부의 무소신, 언론노조의 정치오염 등이 뒤엉켜 합작해낸 더러운 불순물(不純物)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군사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핵심 참모로 일했던 노무현 정권까지 역대 모든 정권이 공범자들이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은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기 쉬운 구조다. 공영방송 구성원 모두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일단 사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얼마나 비장한 각오로 언론의 정도(正道)를 지켜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론의 책임과 사명에 충실할 수 있는 각오, 신념, 용기가 없다면 공영방송을 망친 인물이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쓸 수 있다.

방송 현장에 있을 때 정치권력과 불편해지자 1년도 안 돼 핵심 보직에서 밀려난 적이 있다. 반대로 자리에 대한 정치권력의 직, 간접 유혹도 받아보았다. 거부했다. 언론인의 자존심과 명예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런 방식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한들 그 이후 닥쳐올 상황(정치권력의 영향)을 헤쳐 나갈 확신이 없었던 것도 이유였다. 모두 민주투사 출신이라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있었던 일들이다.

KBS, MBC 두 공영방송 사장에게 묻는다. 사장으로서 법규나 사규 준수,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 유지 노력에 과연 부끄러움이 있는가, 없는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당장 물러나라. 만약 당당하다면 정치권력과 언론노조, 일부 시민단체나 학자들의 퇴진 압력에 결코 굴복해서는 안 된다.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끝까지 싸워가며 그들의 검은 속살을 낱낱이 폭로해야 한다. 또 언론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도 적법 여부를 정확히 가려내 그 결과에 따라 단호하고 엄중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 공영방송은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몰려 있다.

공영방송 언론노조와 정치권에 경고한다. 지금은 방송채널이 ‘채널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넘쳐난다. 지상파도 그저 그 많은 채널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만큼 영향력도 떨어졌다. 언론노조는 당장 위선의 가면을 벗어 던져라. 시청자들이 외면하면 끝장이다. 정치권력도 마찬가지다. 공영방송 채널 몇 개를 장악한다고 방송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고 어리석은 짓이다.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 로드맵은 공영방송 적폐를 비난해온 문재인 정권마저 같은 적폐를 만들려 한다는 명백한 증거다. 더욱 한심한 것은 민주언론 투사인양 떠드는 언론노조와 일부 시민단체, 대학교수들까지 정치권력과 한통속이 돼 들러리로 춤추고 있는 현실이다. 실로 ‘내로남불’이다. 정말 가소(可笑)롭고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 양식 있는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강정 ( kkc7007@daum.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학교법인 운산학원 이사

(전) 경원대(현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전) iMBC사장, 목포MBC사장

(전) MBC보도국장, 논설주간,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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