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공공기관 경영평가, 이번엔 제대로 손보자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공공기관 경영평가, 이번엔 제대로 손보자
  • 권의종
  • 승인 2017.11.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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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자 위주’서 ‘피평가자 중심’으로, ‘등급 위주’서 ‘성과 중심’으로 전환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공공기관은 감사와 평가로 한 해를 보낸다. 감사나 평가를 받다보면 일 년이 훌쩍 지나간다. 감사원 감사, 주무 부처 감사, 자체 감사가 쉼 없이 이어진다. 정기국회 때 국정감사 수감은 물론 연중 수시로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업무보고도 해야 한다. 이 정도는 약과다. 공공기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힘든 행사는 해마다 치러야 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1984년 시행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정으로 인해 정부투자기관을 대상으로 도입되었다. 2004년에 정부 산하기관으로 확대된 후 2008년 일원화되었다.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을 높여 궁극적으로 대(對) 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다. 그간의 운영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평가가 업무효율 제고와 서비스품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일렬로 세워 등급을 매기고 임직원 성과급에 차등을 두는 등 관리·통제의 수단쯤으로 여겨왔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좋은 등급을 받아 성과급을 높여 받을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이해해온 측면이 강하다. 공공이익 구현을 위한 정책수단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이기적 도구로 변질된 모양새다.

이해관계가 걸린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 치열한 승부를 펼칠 수 밖에 없다. 수단이나 방법을 가릴 형편이 못된다. 평가업무를 관장하는 전담부서를 만들고 유능한 직원들을 불러 모은다. 보고서 작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수개월간 밤샘 작업에 돌입한다. 필요하면 거액을 들여서라도 외부 컨설팅회사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 경쟁을 위한 경쟁, 평가를 위한 평가, 보고를 위한 보고가 횡행한다. 과열 경쟁이 빚어내는 비효율과 부작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통제의 수단으로, 공공기관은 성과급 더 받기 위한 기회로 여겨

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체계에 대한 전면적 개편 방침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은 잘하는 일이다. 평가단 구성, 운영방식 개편, 국민참여 확대 등 다양한 의견과 제도적 대안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현상 또한 긍정적이다.

공공기관 평가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용되지 못한 데는 ‘제도 실패’에 기인했다기보다는 제도가 현장에서 취지에 걸맞게 작동되지 못한 ‘운영 실패’에 연유된 측면이 더 크다. 현행 제도적 틀 아래서도 몇 가지 운영 원칙만 바로잡으면 얼마든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우선 평가단 구성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인적 구성의 재편이 다급하다. 평가단 구성이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경영평가단 109명 중 73명, 즉 67%가 학계 출신이다. 그 중 행정학 전공자가 30%, 경영학 전공자가 29%를 차지한다. 대다수가 사회과학 전공자들이다보니 수익성 위주의 평가로 흐른다는 불만이다.

평가단의 전문성도 논란거리다. 금융전공 위원이 보건·의료 부문 공공기관을, 행정학 교수가 사회간접자본(SOC)·토목 분야 기관을 평가하는 식이다. 담당 기관의 기본 업무나 평가 지표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층적 평가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경영평가단이 1년 단위로 교체되다보니 전문성이나 책임감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해당 기관의 업무에 밝은 전문가들로 평가단을 구성, 거시적·장기적 안목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함은 초보적 상식에 속한다.

평가기준 잦은 변경..'제도 실패’라기보다는 ‘운영 실패’에 기인

평가기준의 잦은 변경은 심각한 수준이다. 기준은 평가기간 중에 바뀌지 않는 게 기본이다. 일관성이 필수적 요건이다. 그럼에도 기준 변경이 매년 반복되는 현실이다. 평가 항목이나 배점에 대한 수정이 수시로 가해진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경영평가편람이 무려 4차례나 개정되었다. 금년 들어서도 이런 현상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기준이 오락가락할 경우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제도의 신뢰성마저 무너진다.

평가단의 과도한 권한은 더 큰 우려 사항이다. 권력이 지나치면 도덕적 해이가 심해지고 공공기관과 평가단간의 유착 가능성도 커지게 마련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에 참여한 전문가들 중 117명이 공공기관에서 270건의 연구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위원이 공공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 프로젝트, 정책위원, 자문위원 활동 등을 수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행위다. 평가단이 기관의 생사여탈권을 거머쥔 ‘완장’찬 권력집단이라는 소리가 더 이상 나와서도 안 된다.

평가방식의 개선 역시 급선무다. 상대평가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관별 업무나 성격이 다른 기관을 상대로 상이한 기준으로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는 현행 방식은 문제가 있다,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흠집 내고 기관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몬다. 평가의 근본 취지는 역할과 효율의 제고에 있지, 등급과 순위의 경쟁에 있는 게 아니다. 가령 모든 기관이 잘하면 모두 최고 등급을 받는 게 당연하지, 어느 기관인가는 하위 등급을 받아야 한다면 그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자 어불성설이다.

공공기관 평가는 ‘평가자 위주’에서 ‘피평가자 중심’으로, ‘등급 위주’에서 ‘성과 중심’으로 바뀌는 게 정석이다. 경영의 대가 톰 피터스는 “평가 없이 관리 없다”는 메시지로 평가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여기에서 평가는 공정한 평가방식을, 관리는 성과 지향적 경영을 뜻한다. 조직에서 ‘평가가 전부’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자 근거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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